“데이터센터, 우리 동네엔 안돼”… 수도권, 민원폭탄-소송 갈등

4 hours ago 7

주민들 “소음 피해-화재 등 우려”
지자체들 건축 허가에도 사업 제동
업체는 행정심판 받고 공사재개도
지자체 ‘건축민원위’ 제구실 못해
“정부, 갈등 중재-센터수요 조정을”

8일 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에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8일 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에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7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6가의 한 공장 인근. 일대 곳곳에 ‘데이터센터 건립 절대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 공장을 5MW(메가와트)급 소규모 데이터센터로 바꾸려는 건축허가가 접수되자 인근 주민들이 일제히 반대에 나선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생기면 소음과 진동 등의 피해가 우려되고 화재 위험도 크다. 전자파 등의 피해도 우려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일대는 준공업지역으로 법적으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가능한 지역이지만 공장과 주거지 간 거리가 가깝다 보니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심 내 데이터센터 설치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민 민원과 소송전 등으로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 민원이 쏟아지지만 이를 중재할 조정기구가 사실상 유명무실해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을 중재하고 수도권에 집중되는 데이터센터를 지역에 분산시키는 등 중앙부처의 조정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 수도권 곳곳서 ‘데이터센터 갈등’

5MW 규모 지역 거점형 데이터센터가 추진된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24년 10월 인허가를 받아 지난해 10월 착공했지만 인근 주민들이 한 달에 300건에 이르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구가 안전을 이유로 한 달 반가량 공사를 중단시켰다. 한때 구청 앞에 금천구 측이 ‘데이터센터 공사 중지 등 적극적인 행정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내걸기도 했다. 사업자 측은 “악성 민원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뒤 지난달 말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원래 이 같은 건축 관련 지자체 민원은 ‘건축민원전문위원회’를 통해 자치구가 인허가 전에 미리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본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 중 7개 구(동작, 성동, 용산, 영등포, 중, 중랑, 종로구)를 제외한 18개 구는 2023년 이후 최근 3년간 해당 위원회 활동 이력이 없었다. 인허가 전 이 같은 민원을 사전에 조정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 갈등 중재 기구 없어… “중앙정부 역할 필요”

이처럼 갈등을 중재할 기구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에 머무르며 소송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기 시흥시 광석동 내 60MW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인 한 시행사는 시흥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식산업센터 내에 데이터센터 기능을 추가하려고 설계변경을 추진했지만 시의회 및 시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김포시 구래동, 고양시 덕이동 등에서는 지자체가 인허가를 내주고도 착공 신고를 반려하다가 행정심판을 거치고 나서야 공사를 재개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설계업체 임원은 “지자체에서 명확한 기준을 세워 민원인과 사업자 간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해외 기업은 데이터센터 준공 시기를 지키지 못하면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명확한 처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갈등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수도권에 집중되는 데이터센터 수요 자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망이 있고 기업,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지어야 하다 보니 도심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 수요가 지역으로도 분산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승헌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대한토목학회 회장)는 “주요 선진국은 독립적인 자문기구를 통해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독립성 있는 민간 전문가를 기용해 부처와 지자체 간 이견을 조정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연묵 단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방에 대규모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가 구축될 수 있도록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송전망 등 인프라도 함께 지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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