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한 방위비 청구서 날아드나”…유럽이 트럼프 앞에서 벌벌 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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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속내 복잡해진 주요국
러와 종전 압박 커지는 우크라
트럼프발 무기중단·협상압박 경계
EU가 걱정하는 최악 시나리오
트럼프발 회원국 분열·포퓰리즘
나토, 방위비 압박 대응 고심
대미 관세 대응 전무한 영국은
트럼프와 양자 FTA 학수고대

[사진 = 워싱턴 AFP 연합뉴스]

[사진 = 워싱턴 AFP 연합뉴스]

‘관세·방위비 인상, 무기 지원 중단, 포퓰리즘 자극….’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려한 귀환을 지켜보며 유럽을 필두로 한 주요국 지도자들은 앞다퉈 환영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미 트럼프 1기에서 미국 우선주의 후폭풍을 경험한 터라 트럼프 2기에 들이닥칠 청구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걱정이 커지는 모습이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지역은 우크라이나다. 러시아와 전쟁에서 미국의 첨단 무기 지원 축소를 우려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결단력이 있으며 그가 발표한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은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장기적이고 공정한 평화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해진다”며 트럼프 2기와 확고한 밀착 의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 향후 러시아와 전개될 휴전 협상에서 한치라도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종전협상이 시작될 경우 미국이 중재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강대국 특성상 대국인 러시아에 더 유리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게 지정학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방위·무역 문제로 긴장감이 감도는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를 통해 “함께할 때 우리 사회는 더 위대한 번영을 달성하고 공동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트럼프 2기 출범을 환영했다.

사진설명

그러나 EU는 트럼프 2기에서 EU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위협으로 ‘회원국 간 분열’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지정학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는 트럼프 2기 출범 시 유럽 통합의 약화 가능성을 정면 경고한 바 있다. 2017년 트럼프 1기 출범 당시 유럽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등이 유럽 분열과 동요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지만 이 같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 리더는 현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밖에 남지 않았다는 평가다.

채텀하우스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신파시스트·포퓰리즘 성향 리더들이 기존 리더십을 대체한 상황에서 회원국 간 단합으로 유지되는 EU의 각종 프로젝트가 와해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별도의 취임 축하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지만 일선 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이 “유럽의 전략적 각성을 위한 기회”라고 언급했다. 그는 “만약 우리의 미국 동맹국이 지중해에서 군함을 철수한다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전투기를 보낸다면, 우리는 내일 유럽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며 프랑스와 유럽이 진화하는 위협과 변화하는 이해관계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집요하게 방위비 증액 압박을 받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그의 취임을 환영하면서 향후 전개될 미국의 나토 탈퇴 위협 등 다양한 압박 시나리오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더 불안해진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날 엑스에 “미국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며, 우리의 정책 목표는 항상 좋은 대서양 횡단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취임 축하 인사를 남겼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자 최측근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독일 정치 개입 논란으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머스크 CEO는 숄츠 총리를 향해 “무능한 멍청이며 사퇴해야 한다”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에 대해서는 “반민주 폭군”이라고 조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제지하지 않았다.

독일처럼 머스크 CEO와 내정 간섭 갈등을 빚은 영국 노동당 정부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2기 출발을 축하했다. 또 찰스 3세 영국 국왕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담은 축전을 보냈다.

영국은 특히 트럼프 2기 출범으로 향후 현실화할 관세 공격에 대비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데 혈안이 된 상태다. 스타머 총리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욕심은 미국과 일종의 무역 협정을 맺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집중하는 지점”이라며 트럼프 2기를 목도하는 영국의 최우선 관심 사항을 전달했다.

영국은 2020년 EU에서 탈퇴한 후 미국과 FTA 체결을 타진해왔다. 트럼프 1기 임기 말에 FTA 체결을 위한 양자 간 영상회의가 몇 차례 열렸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해당 논의는 백지화됐다.

트럼프 2기에서 5년 전 중단된 FTA 논의를 부활시킬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필두로 글로벌 교역 파트너국에 고강도 관세 압박을 예고한 가운데 관세 장벽을 걷어내는 FTA 협상 논의는 트럼프 2기의 공세적 접근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과시해 온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유럽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멜로니 총리는 엑스에 “이탈리아는 미국과 유럽 간 대화를 강화하는 데 항상 전념할 것”이라고 언급해 향후 자신이 EU와 트럼프 대통령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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