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퇴직연금을 세 배 가까이 불린 가입자가 있다.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가입자 중 상위 5%의 이야기다. 같은 기간 전체 가입자의 평균 수익률은 60%대에 그쳤다. 똑같이 10년을 맡겼지만 어떻게 운용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다섯 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수익률 상위 5%에 해당하는 ‘투자 고수’는 글로벌 증시 호황 속에 미국 대표 지수와 빅테크에 장기 투자해 고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방위산업 등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국면)에 접어든 업종도 적극적으로 담으며 초과 수익을 냈다.
상위 5% 고수는 美 빅테크 장기 투자
한국경제신문은 미래에셋증권과 이 증권사 확정기여(DC)형·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가운데 5년(2020년 7월 1일~2025년 6월 30일) 또는 10년(2015년 7월 1일~2025년 6월 30일)간 잔액 10만원 이상을 유지한 가입자의 계좌를 분석했다.
IRP 계좌를 10년 이상 유지한 전체 가입자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약 61.5%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익률 상위 5%에 해당하는 투자 고수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290.1%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고수들은 평균 수익률의 다섯 배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렸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10년 이상) 상위 5%의 수익률도 173.5%에 달했다. 평균 수익률은 47.4%였다.
투자 기간을 5년으로 좁혀도 수익률 격차는 컸다. IRP형은 전체 가입자 수익률이 31.05%였는데 상위 5%는 133.9%를 달성했다. 5년 이상 퇴직연금 DC형 계좌를 유지한 투자자의 전체 평균 수익률은 26%에 그쳤지만 상위 5%의 수익률은 98.9%를 기록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투자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혁신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 기업에 장기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한국 국채, 리츠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을 주로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하는 일반투자자 대비 위험 자산 편입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DC나 IRP 계좌를 10년 이상 운용하며 수익률 상위 5%를 차지한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 1위는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주요 대형 기술주의 수익률이 지수 전체 수익률을 좌우한다.
2위는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ETF’가 차지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술주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담은 상품이다. 3위는 S&P500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ETF’였다. 5위는 글로벌 기술주를 주로 담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CP’가 차지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는 7위에 올랐다.
테슬라에 대한 믿음도 굳건했다. 테슬라와 AMD, 엔비디아, CATL 등에 투자하는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가 4위였다. 테슬라(30%)와 국채를 함께 담아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배당금도 챙길 수 있는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ETF’는 8위에 올랐다.
이 밖에 ‘SOL 조선TOP3 플러스 ETF(9위)’ ‘미래에셋글로벌솔루션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C-P2(10위)’ 등이 순위권에 들었다.
40대는 방산, 50대는 조선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계좌를 10년 이상 운용하며 1년 수익률 상위 5%를 기록한 투자자 가운데 40대(45.7%)와 50대(41.1%)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상위 5% 투자자 가운데 4050세대가 87%를 차지했다.
40대는 미국 성장주에 장기 투자하는 동시에 유럽 국방비 증액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방산주를 통해 초과 수익을 냈다. 수익률 상위 5%에 든 40대가 가장 많이 담은 상품 1, 2위는 각각 ‘TIGER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S&P500’이었다. 각각 1년 수익률 12.14%, 11.44%를 기록했다.
보유 종목 7위에 오른 ‘PLUS K방산Fn’ ETF는 최근 1년간 194.99%의 수익을 올리며 계좌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ACE KRX 금 현물’의 수익률은 38.31%로 보유 종목 8위에 올랐다.
50대 역시 미국 기술주에 장기 투자하는 동시에 조선 업종을 통해 초과 수익을 냈다. ‘TIGER 미국나스닥100’과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가 각각 보유 종목 1, 2위에 올랐다. 3위는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4위는 ‘TIGER 미국S&P500’이 차지했다.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유 종목 8위에 오른 ‘SOL 조선TOP3플러스’는 1년 수익률이 125.7%에 달했다.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본부장은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자는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ETF 등 위험 자산 편입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며 “기대 수익을 높이기 위해선 글로벌 우량 자산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