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펫보험 시장 6년간 70배 성장
보험 가입률은 고작 2%에 그쳐
대선 때 활성화 공약 제시됐지만
정작 사업은 어려워 허가는 1곳뿐
서울 성동구에서 12살 된 고양이 삐약이를 기르는 유혜영 씨는 최근 삐약이 심장병 수술을 포기했다. 수술비가 1000만원에 달해 부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유 씨는 “펫보험을 진작에 들어놨으면 절반 이상의 금액은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미리 알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
반려동물 인구 급증에 따라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며 펫보험 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허가가 까다로운 탓에 펫보험 창업은 거의 없다. 펫보험 제도 활성화는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이전 대선 때도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18일 포츈비즈니스인사이츠(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펫보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0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하고, 연평균 성장률은 12~15%에 달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10대 손해보험사의 펫보험 상품 계약 건수는 2018년 7159건에서 지난해 9만3055건으로 늘었고, 원수보험료는 같은 기간 11억원에서 799억원으로 7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양육인을 고려하면 여전히 보험 가입률은 미진하다. 업계에 따르면 영국은 펫보험 가입률이 30~40%, 일본은 15% 이상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2%대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펫보험 활성화는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다. 2022년 대선 때 이재명·윤석열·심상정 후보 모두 반려동물 진료비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번 대선 때는 이재명 대통령이 동물 병원비 표준 수가제 도입와 펫보험 제도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만 상품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도 많이 이뤄져야 펫보험의 다양화와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지만, 창업의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은 게 현실이다. 2021년 도입된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제도’는 스타트업의 보험사 설립을 열어주기 위한 제도로 자본금 20억원 이상, 물적 요건(전산시스템·보험전문인력 등), 소비자보호 체계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허가를 받은 곳은 삼성화재가 설립한 ‘마이브라운’ 단 한 곳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이므로 재무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전문성 있는 스타트업이나 중소 보험사의 진입 자체를 막고 허가 준비 과정에서 예측 가능성을 저하시키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스타트업이 펫보험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1998년 설립된 미국의 Trupanion, 2000년 설립된 일본의 Anicom 등은 자국에서 1위 펫보험사에 등극했고, 2016년 설립된 홍콩의 1위 펫보험사 OneDegree는 시장 점유율 90%에 누적 투자유치액이 8500만달러(약 1238억원)에 달한다. 이들 모두 초기에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했고 기술 기반의 청구 자동화, 보장 범위 확장 등을 통해 성장했다.
반면 한국은 이제서야 전문 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는 스타트업 사례가 나오고 있다. 파우치보험준비법인은 국내 최초 펫보험 전문 독립 준비법인으로, 최근 7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펫보험에 가입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진료기록부 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보험 청구가 쉽지 않은 사례가 빈번하다. 수의사가 진료기록부 발급을 거절할 경우 보험료 산정이 어렵다. 업계에서는 펫보험 시장 육성을 위해 진료비 표준화와 진료기록부 공개 의무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은 “반려동물 보험은 반려동물 복지의 근간이 될 수 있고, 반려동물 유기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며 “반려동물 보험에 대해 부정적이던 수의사 쪽도 반려동물 보험이 주는 동물병원 수익 증대라는 긍정적인 면을 고려해 그동안 활성화에 큰 저해 요소였던 동물진료비 표준 수가 제도를 주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