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쾅→실책 유발 주루→덩실덩실 세리머니' 35세여도 푸이그는 푸이그다 "팬들 위해, 분위기도 올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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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야시엘 푸이그가 28일 SSG전에서 6회말 1타점 2루타를 친 뒤 상대를 허를 찌르는 주루플레이로 3루를 파고든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1회말 리드오프 홈런을 날린 푸이그(가운데)가 더그아웃에서 밝은 미소와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28홈런) 깨보겠다."

담 증상으로 시범경기를 사실상 건너뛰었지만 키움 히어로즈 역대 외인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쓰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만큼 야시엘 푸이그(35·키움)는 자신감이 넘쳤고 시즌 초반부터 증명해내고 있다.

푸이그는 2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1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선제 솔로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하며 팀의 9-3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시즌을 3연패로 시작한 키움은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에 위닝 시리즈를 챙겼고 공동 2위 SSG도 꺾으며 3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LA 다저스에서 류현진(한화)의 절친한 동료로 국내 야구 팬들에게 잘 알려졌던 푸이그는 7시즌 동안 활약하며 132홈런을 날린 화려한 메이저리그(MLB) 커리어를 뒤로 하고 2022년 한국 무대를 찾았다.

3년 전 적응기를 겪기도 했지만 후반기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21홈런을 작성해 낸 푸이그는 아쉽게 팀을 떠났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타선 보강이 절실했던 키움에 루벤 카디네스와 함께 부름을 받았고 100만 달러(14억 7000만원)를 전액 보장 받고 재합류했다.

키움 푸이그(왼쪽)가 1회말 홈런을 날리고 기뻐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홈런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푸이그.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개막전부터 홈런포와 함께 멀티히트를 작성한 푸이그는 이날까지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주로 1번 타자로 출전하면서 매 경기 득점까지 해내고 있다. 6경기 성적은 타율 0.385(26타수 10안타) 2홈런 2루타 1개 3볼넷 4삼진 6타점 10득점, 출루율 0.467, 장타율 0.654, OPS(출루율+장타율) 1.121에 득점권 타율도 0.444에 달하고 있다. 득점은 이재현(삼성)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젊은 타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타선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전투적인 공격 본능으로 상대 투수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모범이 되는가 하면 누구보다도 화끈한 세리머니로 팀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동안 키움에 다소 부족해 보였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28일 경기에서도 그러한 푸이그의 장점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1회 첫 타석부터 존재감을 나타냈다. 푸이그는 SSG 1선발 드류 앤더슨을 상대로 시속 150㎞ 직구를 강하게 잡아당겨 비거리 125m의 초대형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2호째이자 푸이그가 고척돔에서 터뜨린 916일 만의 홈런포이기도 했다.

이 홈런 이후 키움은 단 한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리드해 나갔다. 2회 3루수 땅볼로 물러난 푸이그는 5회 무사 1루에서 강한 타구를 날려 상대 포구 실책을 이끌어냈다. 키움은 그대로 기세를 탔고 SSG는 또 실책을 범하며 흐름을 완전히 키움 쪽에 넘겨줬다.

푸이그(오른쪽)가 홈런을 치고 3루를 돌며 박정음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6회엔 1사 2루에서 좌중간 방면으로 1타점 대형 2루타를 날렸다. 여기서 푸이그 특유의 재치 넘치는 플레이가 나왔다. 2루까지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기던 푸이그는 SSG 중견수 최지훈을 방심케 만들었다. 푸이그가 3루까지 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만든 플레이였고 천천히 송구를 하는 걸 확인한 뒤에 갑자기 3루로 전력질주를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허를 완전히 찔렀고 공보다 빨리 3루에 도달한 푸이그는 덩실덩실 춤을 추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6-2로 점수 차를 벌리는 적시타인 동시에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는 플레이였다. 다소 도발성으로 보일 수도 있는 세리머니까지 이어졌지만 '악동'으로 불리던 푸이그이기에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젠 어엿한 베테랑이 됐지만 그런 행동이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렸고 홈 개막전을 맞아 홈구장을 메운 1만 1002명의 관중들을 열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경기 후 푸이구는 "최근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기쁘다. 지난 KIA와 3연전에서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첫 타석부터 홈런이 나왔고 경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에 대해선 "항상 한 베이스 더 가려는 마음가짐으로 주루플레이를 한다. 오늘 상대팀의 빈틈을 보고 과감하게 뛰었는데 세이프가 됐다"고 밝히며 "항상 팬분들을 위해서 세리머니를 크게 하는 편이다. 팀의 분위기를 돋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세리머니를 많이 보여 드릴 수 있도록 그라운드에서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SSG 중견수 최지훈이 방심한 틈을 타 3루까지 내달리고 있는 푸이그.
푸이그(아래)가 3루에 안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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