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속전속결 판결…"대선 전 유권자에 명확한 판단 근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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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3시께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1일 오후 3시께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함에 따라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됐다. 이는 진행 중인 다른 4건의 형사재판과 맞물려 대선을 앞둔 이 후보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속한 유죄 판단…대선 전 명확한 신호

대법원은 1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이 후보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에 대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3월 28일 상고심 사건 접수 후 한 달여 만에, 전원합의체 회부 후 9일 만에 신속하게 내린 결론이다.

이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시절 대선무효 소송을 4년 넘게 미루다가 탄핵 이후인 2017년 4월에야 각하 판결을 내린 것과 대조를 이루는 신속한 판결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신속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에게 명확한 판단 근거를 제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상고심 직후 판결 보도자료를 통해 “2년6개월 걸린 1·2심에서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치열한 토론을 거쳐 신속하고 충실하게 사건을 심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2000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경쟁한 대통령 선거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사건 접수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한 사례를 들었다.

이번 파기환송 결정으로 이 후보가 직면한 형사재판은 5건으로 다시 늘었다. 현재 이 후보는 위증교사 혐의(서울고등법원),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서울중앙지법),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수원지법),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수원지법) 등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추가됐다.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해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오는 20일 첫 재판을 열고 6월 3일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 3일은 대선일과 겹쳐 재판 진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계속되는 헌법 84조 논란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헌법 84조 불소추특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 후보가 당선되면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둘러싼 복잡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법학계에선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 대통령 재임 중 재판 진행이 가능한지에 대해 통일적인 해석이 없다. “소추라는 개념에 재판까지 포함되므로 대통령 재직 중에는 재판절차가 중지된다”는 견해와 “소추라는 개념에 기소만 포함되고 재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맞선다.

법원 관계자는 “각 법원의 1, 2심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재판 계속 여부를 판단하면 이를 대법원이 일괄적으로 통제할 방법은 없다”며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선 시 헌재로 향할 가능성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헌법 84조의 불소추특권을 근거로 대통령 직무 수행 방해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이 후보의 법적 입지는 더 약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원이 첫 유죄 판단을 내림으로써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헌법학자는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로 일단 선거법 위반 혐의 논란은 잠재웠지만 남은 4건의 형사재판 처리 문제는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며 “이 후보가 당선되면 헌재까지 가는 권한쟁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형사재판이 5년 임기 동안 중단될 경우 증거 인멸이나 증인 기억 감퇴 등으로 공정한 재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후보로서는 이번 파기환송 결정으로 대선을 앞두고 사법리스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했다.

허란 기자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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