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시간’이 아닌 ‘시간을 걷는 나’에게 있다[2030세상/배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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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도배를 하다 보면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술이 늘지 않을 때다. 기술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한없이 까마득하고 막막하게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도배를 시작했다가 초반에 포기하는 이유도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하루하루 열심히 버텨내며 일을 배우고는 있지만, 좀처럼 늘지 않고 제자리인 것만 같은 자신의 실력에 좌절해 그만두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처음 도배를 배우기 시작해 7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나 역시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면 남들은 쉽게 잘하는데 나만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은 좌절감과 열등감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나보다 앞서 이 과정을 거쳐 간 사람들이 해주는 조언은 늘 ‘시간이 지나면 되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듣는 당시에는 뻔하면서도 힘 빠지는 조언 같지만, 한참 지난 후 뒤돌아보면 “어, 정말 시간이 해결해 주었네?”라는 생각에 놀랄 때도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비단 기술을 배울 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런 성과나 변화가 없을 때, 혹은 힘들거나 좌절해 슬픈 감정에 빠져 있을 때처럼 상황이 어려운 경우 자주 듣는 말이다. 어찌 보면 가장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도대체 시간이 나에게 무엇을 해주길래 내 어려움이 해결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해결해 주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속의 ‘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기술이 늘지 않아 좌절하다가도 결국은 다시 일어나 그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술은 매일 조금씩 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쌓인 기술이 드러나게 된다. 다만 그 속에 갇혀 있는 나에게는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힘든 감정에 빠져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도 하고, 새로운 좋은 감정으로 이겨내기도 하고, 억울한 일은 진실을 밝혀내어 답답함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은 모두 시간이라는 제3의 무언가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해야만 한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흐른다 하더라도 기술을 배우기 위한 연습을 하지 않으면, 혹은 좋지 않은 감정과 상황 속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다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지금의 내 노력이 헛된 것처럼 느껴질 때, 영원히 지금의 힘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좌절을 느낄 때, 내가 버텨내고 있는 지금의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으며 이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 말이다.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모두들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나은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분명 모두에게는 또 새로운 어려움과 좌절, 슬픔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을 걷는 것 같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니 그 시간 동안 멈춰 있지 않고 계속 걸어가면 분명 끝이 있는 터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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