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류바', '죠스바', '수박바'…익숙한 스테디셀러 아이스크림들이 연이어 눈에 들어왔다. 경남 양산 롯데웰푸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아이스크림들이 생산되는 가운데 공장 한편에선 기계가 잘게 부서진 얼음 입자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롯데웰푸드가 '설레임 쿨리쉬'를 위해 도입한 독일 지그라(Ziegra)의 최신 제빙 설비였다.
롯데웰푸드는 일본 롯데의 대표 아이스 브랜드 '쿨리쉬'를 국내 설레임 라인업으로 들여왔다. 한일 양국의 롯데 식품 협력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단순히 제품명을 가져온 데 그치지 않고 양산공장에 독일 제빙 설비를 도입해 미세 얼음을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청량감과 위생 관리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3일 경남 양산공장에서 설레임 쿨리쉬 생산라인을 공개하고 제품 도입 배경과 생산 설비 개선 내용을 설명했다. 양산공장은 비스킷, 초콜릿, 파이, 아이스크림 등을 생산하는 롯데웰푸드의 주요 생산 거점이다. 설레임 쿨리쉬는 일본 롯데의 아이스 브랜드 쿨리쉬를 국내 '설레임' 브랜드의 라인업으로 들여온 제품이다. 설레임이 밀크쉐이크 기반의 부드러운 시원함을 앞세웠다면 쿨리쉬는 미세 얼음의 청량감으로 일본 시장에서 성장해왔다.
기존 설레임 생산라인은 외부에서 들여온 얼음을 보관한 뒤 분쇄·배합했지만, 새 설비는 정수한 상수도를 곧바로 미세 얼음으로 만든다. 권광우 양산공장 아이스초코담당 매니저는 "과거에는 130kg 중량의 각얼음을 구입해 보관한 뒤 분쇄·배합했기에 고중량 얼음 취급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과 얼음 품질 관리 부담이 있었다"면서 "정수 처리한 물을 공장 내에서 곧바로 얼음으로 만드니 이러한 부담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얼음 크기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설레임 쿨리쉬에는 5㎜ 이하의 마이크로 얼음을 사용한다. 얼음끼리 달라붙거나 덩어리지지 않도록 영하 0.5도를 유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얼음은 아이스크림 믹스와 섞는 과정을 거친다. 롯데웰푸드는 이 과정에서 커닝 칼날 간격을 조정해 얼음이 지나치게 곱게 갈리지 않도록 했다. 권 매니저는 "처음엔 얼음을 너무 곱게 갈아서 단단해지기도 했다"며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얼음의 분쇄 정도를 개선하면서 현재의 식감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결과물은 기존 설레임과 큰 차이를 보였다. 생산 직후 두 제품을 비교한 결과 설레임은 부드러운 밀크쉐이크의 익숙한 맛이 났지만, 설레임 쿨리쉬는 바로 삼키기 어려울 만큼 강한 차가움이 느껴졌다. 최명완 양산공장장은 "한국과 일본 소비자의 취향이 다르다 보니 소비자 기호를 조사해 식감을 다시 조정할 수도 있다"며 "얼음 크기를 손쉽게 바꿀 수 있게 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설비는 쿨리쉬뿐 아니라 기존 빙과 제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아이스크림 '와'에도 지그라 설비를 활용하며 얼음 밀도와 식감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얼음을 더 곱게 또는 거칠게 조정할 수 있어 제품별 특성에 걸맞은 식감 구현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제품 패키지도 손 시림과 입구 막힘을 줄이도록 개선했다. 설레임 쿨리쉬 패키지는 내포와 외포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고 질소를 충전해 손 시림을 기존 대비 48% 줄였다. 덕분에 기존 설레임과 달리 패키지를 오래 잡고 있어도 큰 불편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스파우트 토출구도 기존 9㎜에서 10㎜로 11% 확대했다.
설레임 쿨리쉬는 지난 5월6일 정식 출시됐다. 현재는 바닐라, 벨지안초콜릿, 멜론소다 3종으로 운영 중이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설레임 브랜드 내 쿨리쉬 판매 비중은 5월 19%에서 6월 24%로 높아졌다. 1~4월 설레임 포스 매출 신장률이 10% 안팎이었던 데 비해 5월에는 26%, 6월에는 14%의 신장률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 대중화 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양한 맛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제품이 시장에 안착한 뒤 추가 확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 롯데가 제품 개발과 브랜드 운영, 해외 시장 공략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원롯데' 전략을 펼치고 있다. 쿨리쉬는 일본에서 검증된 브랜드 콘셉트를 한국 설레임에 접목한 사례로, 원롯데 전략이 생산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준다. 일본 브랜드를 들여오되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춰 현지화, 국내 공장 설비 투자로 식감과 품질을 맞췄다. 롯데웰푸드는 향후 한국 제품을 일본 시장에 선보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설레임 쿨리쉬는 일본 롯데의 제품 경쟁력과 롯데웰푸드의 생산·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국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라며 "여름 성수기에는 쿨리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동절기에는 계절과 상관없는 설레임 소비를 유도해 브랜드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산(경남)=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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