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유럽서 전기차 판매목표 25%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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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중국발 EV 치킨게임 심화
유럽 중단기 EV 판매목표 7.6만대↓
글로벌 전체로도 10만대 축소 조정
유럽 감소 물량 ‘미국서 만회’ 전략

100% 전동화 모델 생산 기지로 전환 중인 현대차 체코 공장 전경. [사진 = 현대차 체코법인]

100% 전동화 모델 생산 기지로 전환 중인 현대차 체코 공장 전경. [사진 = 현대차 체코법인]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중국발 저가공세는 단지 폭스바겐만의 위기가 아니었다.

현대차가 향후 3년 간 유럽에 팔 수 있는 EV 목표치를 종전보다 25%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전체 목표치 역시 기존 전망 대비 11%(약 10만대) 보수적으로 줄여 중국업체와 생존게임 리스크에 대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매일경제가 지난달 28일 현대차가 발표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자료와 전년에 발표된 자료를 교차 확인한 결과 지난해 현대차는 투자자들에게 단기 목표(발표 이듬해부터 3년간 판매량·2024~2026년)으로 94만대를 제시했다.

그런데 올해 자료(하단 그림)에서는 단기 목표치(2025~2027년)가 84만1000대로 전년 주주들에게 제시한 목표치 대비 9만9000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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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현대차

이를 지역별로 보면 현대차는 작년 추계 기준, 유럽 지역에서 30만대를 목표했다가 올해 추계에서 22만4000대로 무려 25%(7만6000대) 하향 조정했다.

유럽 시장의 침체 여파가 북미와 동남아, 중동, 한국 등 다른 지역보다 훨씬 심각해 현대차의 중단기 EV 성장 국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현대차는 한국 시장에서도 작년 15만대에서 9만8000대로 단기 판매 목표치를 5만2000대(3.5%) 줄였다.

북미 시장은 작년 23만대에서 올해 22만9000대로 1000대 줄였는데 이는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가 그나마 ‘현상유지’ 수준의 낙관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신공장(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이 본격 가동해 북미 시장 성장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최근 현대차의 인베스터 데이 발표와 관련해 3년 단기 목표치보다 2030년으로 설정된 중장기 목표치에 주목해 기사를 쏟아냈다.

현대차가 침체 위기 속에서도 “2030년 EV 판매량을 전년과 동일하게 200만대로 설정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그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뽑은 것이다.

그런데 정작 2030년까지 가는 전동화 여정에서 현대차는 3년의 중단기 경기 침체가 특히 어느 지역에서 심각하고, 이로 인해 현대차가 입을 판매량 감소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투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투자자 정보를 불성실한 소통으로 대응한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달 28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투자자들에게 미래 전략을 발표한 뒤 기자들에게 답변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달 28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투자자들에게 미래 전략을 발표한 뒤 기자들에게 답변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이에 매일경제가 지난해 인베스터 데이에서 공개된 3년 단기 목표치와 올해 수치를 대조한 결과, 이처럼 유럽에서 25%, 글로벌 전체로는 10% 등 두 자릿 수의 판매 감소율이 불가피하다는 현대차의 생생한 위기 인식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폭스바겐그룹의 독일 내 공장 폐쇄 가능성과 구조조정 이슈 등 EV 시장 침체와 관련된 위기 경고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은 재정 부담에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에 나서면서 EV 시장 냉각이 현실화했다.

EU집행위원회는 역내 중국산 EV 점유율이 2023년 8%대에서 2025년 15%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양광 패널 산업에서 도저히 유럽 메이커들이 따라갈 수 없는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역내 제조 생태계가 초토화한 전철을 자동차 산업에서 다시 밟을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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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유럽연합(EU)이 저가의 중국산 EV 유입을 막기 위해 관세 상향을 준비하는 가운데 중국 EV 업체들은 유럽 현지에 생산 공장과 배터리팩 공장을 짓는 방식으로 새로운 관세 장벽까지 무력화할 태세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2017년부터 헝가리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규 제조공장도 2026년께 가동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전기차와 더불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생산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생산 거점으로 전동화 모델 제작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EV 메이커들이 고관세를 피해 유럽 내 생산 물량을 확대하면 현대차그룹의 EV는 현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EU 회원국들이 고관세 부과에 합의를 해야 ‘반사이익’을 얻어 유럽 내 EV 점유율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

올해 전략에서 현대차가 유럽 판매량 목표치를 25% 축소한 것은 그만큼 새로운 관세 장벽 여부에 관계 없이 중국 업체들의 유럽 내 약진을 현존하는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22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100% 전동화 차량 생산 시설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열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지난 2022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100% 전동화 차량 생산 시설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열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아울러 현대차는 이번 투자자 발표에서 2030년 중장기 목표치로 제시한 총 200만대의 EV 판매량과 관련해 유럽 지역 판매 목표를 작년 51만대에서 올해 46만7000대로 4만3000대 축소하면서 북미 판매량은 66만대에서 69만대로 3만대 더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200만대’ 목표치를 맞췄다.

이는 유럽에서 덜 팔리는 부분을 북미 시장 공략으로 보충하겠다는 의미로, 이마저도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정부가 시행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RA가 폐지되면 미국에서 생산된 EV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이 사라져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을 활용한 현대차의 EV·하이브리드차 성장 전략에 중대 차질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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