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현대그룹이 연지동 사옥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다수의 투자자에게 입찰 제안서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대형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주요 업무지구와의 뛰어난 접근성을 고려하면 인수전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가능성 차원에서만 거론됐던 연지동 사옥 매각이 주관사 선정과 함께 본격화되며 거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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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현대그룹 사옥.(사진=현대그룹) |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연지동 사옥 매각 자문을 맡은 삼정KPMG는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와 잠재적 인수자에게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전달했다. 매각 구조와 일정, 조건 등을 구체화한 RFP를 외부에 공식 전달한 만큼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매각은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으로 진행된다. 거래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기존처럼 사옥에 그대로 잔류할 예정이다. 예상 매각가는 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소재의 현대그룹 사옥은 1만1179.7㎡(약 3381평)의 부지에 동관(지상 12층·지하 4층)과 서관(지상 16층·지하 4층)으로 구성된 2개 동 규모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7년 연지동 사옥을 재인수한 이후 8년 만에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017800)는 지난 2012년 유동성 악화로 연지동 사옥을 코람코자산운용에 넘겼다 5년 후인 2017년 2500억원에 재인수했다. 당시 사옥 인수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1500억원을 마련하고, 내부자금 및 은행차입금으로 1000억원을 조달했다.
현대그룹이 연지동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데는 자산 효율화를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본업 중심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주주 환원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활용할 방침이다.
실제 현대그룹은 2023년 11월 ‘주주가치 제고정책’을 발표한 이후 배당 성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2023년 회계연도 기준 결산 배당만 봐도 주당 4000원을 책정해 전년 500원 대비 8배 확대했다. 같은 해에는 주당 1500원의 중간 배당에 이어 4000원의 결산 배당을 지급하며 배당성향이 100%를 넘어섰다. 배당성향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주에게 배당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연지동 사옥의 입지와 가치를 감안할 때, 이번 매각에 치열한 인수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청과 광화문 등 핵심 업무지구와의 뛰어난 접근성은 물론, 향후 을지로3가 일대 재개발에 따른 주변 환경 개선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을지로3가 도시정비형 재개발 제9구역은 2028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해당 부지에는 지하 8층~지상 19층 규모의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일대의 업무 수요와 유동인구 증가가 전망된다.
입찰제안서를 받은 일부 자산운용사들도 연지동 사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안정적인 임차 수익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지동 사옥은 매각 이후에도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뿐 아니라 서울대학교 병원 행정 조직 일부가 2032년까지 장기 임차할 예정이어서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은 매물로서 매력도가 높다”며 “눈여겨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