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13일 헌재법 24조 3항의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헌재에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기피신청서에 “정 재판관의 남편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위 법인 이사장이 국회의 탄핵소추대리인단의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정 재판관은 지난해 말 인사청문회에서 “(김이수 변호사는) 비상근이고 급여뿐만이 아니고 회의에 참석하는 실비도 받으시지 않는다”며 “경제적으로 이사장님한테 급여를 받는 관계도 아니고 인사권이 있지도 않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정 재판관이 해당 재단법인에서 수년 간 매년 수천만 원의 보수를 받고도 허위로 답변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관련 언론 보도들을 첨부하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렇게 허위로 답변한 재판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리라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정 재판관이 청문회 과정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에 대한 ‘예단’을 드러냈다는 점도 기피신청서에 상당 부분 할애했다. 대법원은 법관이 유죄를 예단하는 취지로 미리 법률 판단을 한 경우 기피신청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정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국회에 물리력을 행사한 병력 투입에 대해 헌법 틀 내에서 이루어진 질서 유지라고 보는가”라고 묻자 “그 당시에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윤 대통령 측은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인 군대와 경찰을 투입해 국회를 통제했다는 점에 대해 정 재판관이 사실관계를 이미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재판관은 당시 “국회를 물리력으로 봉쇄하고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방해했다면 위헌적인 행위”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청문회 절차에서 이 사건에 대한 사실 판단 및 법률적 판단을 드러내는 등 윤 대통령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며 “대통령의 파면 여부에 대한 심판인 만큼 사안의 엄중함에 비춰 기피신청을 인용하거나 정 재판관 스스로 회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정 재판관과 같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인 점도 기피신청서 말미에 담았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양극단을 달리고 있는 지지자들이 대규모 시위 등 폭동을 일으키게 하는 등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헌법적, 법률적 기능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시도”라며 “이것이야말로 내란선동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의 법적 양심이 아닌 자신의 신념에 따른 영장 발부를 봤기에 국민은 정 재판관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재판관 임명 시 상황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등 ‘민주당의 탄핵 폭거에 의한 궁박한 상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심판이 최우선으로 심리돼야 한다는 의견도 헌재에 별도로 제출했다. 윤 대통령 측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 재판관을 임명한 것도 효력을 상실한다는 입장이다.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정 재판관 기피신청에 대한 논의를 위해 14일 오전 10시 재판관 회의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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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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