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주택공급 속도전
정부 공급확대 외쳤지만
후속 입법은 국회서 멈춰
주택공급 직결 법안 8건
여야 정쟁속 처리 안갯속
전월세난 서민들만 피해
정부가 도심 내 신속한 주택공급을 목표로 발표했던 '9·7대책'과 '1·29대책'의 후속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공공주도 사업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와 국토교통부 권한 강화 조항에 대한 이견이 맞물리면서다. 정치권의 힘겨루기 속에 세부 논의가 지연되며 도심 공급 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는 국토교통위 소관 법안은 총 15건이다. 이 가운데 주택공급과 직결된 법안만 8건에 이른다. 그러나 9·7공급대책 발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후속 입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계류 중인 공급 관련 법안은 크게 정비사업 속도 개선, 사업 갈등 관리, 도심 유휴용지 활용으로 나뉜다.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 개정안은 공공재개발·재건축의 용적률 특례를 법정 상한의 120%에서 130%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용적률을 최대 390%까지 확보할 수 있어 조합원 분담금 절감과 사업성 개선 효과가 기대됐다. 다만 인센티브가 공공정비사업에 집중되면서 민간 정비사업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고, 법안 처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등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이다. 공사비 분쟁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있다. 주택법 개정안은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요청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 공사비가 증액되면 공사비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도심 유휴용지를 주택공급에 활용하기 위한 법안들도 대기 중이다. 노후공공청사등복합개발특별법은 복합심의위원회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가 30일 이내 의견을 회신하지 않으면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학교용지복합개발지원특별법은 학교용지 용도 해제 권한을 기존 지방자치단체장에서 국토부 장관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일몰 기한을 올해 말에서 2029년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이다. 빈건축물정비및지원특별법 제정안은 1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주택과 공사중단 건축물 등을 대상으로 1년 단위 현황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이들 법안에는 공급 확대 효과와 별개로 권한 집중 논란이 따라붙고 있다. 특히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이나 학교용지 복합개발은 중앙정부가 지자체 권한에 더 깊이 개입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속도를 높이자는 취지지만,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 권한을 중앙정부가 지나치게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 개정안도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캠프킴 등 개발 시 적용되는 녹지 비율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심 공급 여력을 확보하려는 취지지만, 용산공원 일대 개발의 공공성과 환경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맞물려 있다.
결국 정부가 공급 속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공급을 뒷받침할 입법은 국회에서 멈춰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택공급을 위한 필수 법안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권한 논란에 묶여 있다"며 "공급 부족과 전월세난 부담이 서민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후속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 박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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