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통령 누가되든 … 눈앞 이익만 좇다간 업보로 돌아와"

2 days ago 6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정치권에 죽비
논란 여지 없앤 '헌재 8대0'
尹, 승복하는 도의 의식 필요
갈등과 혼란 가득했던 넉달
서로 다 가지려고하니 충돌
나누려는 마음 가져야 성숙
차기 리더는 진영 고집말고
국민 위한 도구 역할 다해야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여야 모두 의도 순수하지않아

지난 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사회 통합과 치유를 강조했다.   이충우 기자

지난 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사회 통합과 치유를 강조했다. 이충우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삼계화택(三界火宅)'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온 세상이 불타는 집과 같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 한국 사회가 불타는 집처럼 혼란스럽고 위태롭다고 진단했다. 4개월 만에 탄핵 정국은 마무리됐지만 곳곳에 뿌려진 분열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큰불로 번질 위험을 안고 있다. 갈라진 사회를 봉합하는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스님은 정신적 허기 상태인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씩 나눠 갖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8대0 인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진영을 떠나서 잘됐다고 본다. 숫자가 비슷하거나 갈라졌다면 논란의 소지가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법으로써 심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방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넉 달간 국민들이 심리적 내전 상태를 겪었다. 극단적인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꺼번에 묵혔던 것들이 표출됐다고 봐야 한다. 지진이나 태풍 이런 것들이 현상만 보면 지진이나 태풍으로 나타나지만 그것을 발생시키는 데는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결국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다 일어나는 거다. 서로가 이익을 취하려다 보니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렇게만 끝나는 것이 다행스럽다. 다른 나라들도 보면 우리보다 훨씬 극단적이고 처참한 현상이 많이 벌어졌다. 우리는 그래도 선은 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다.

―분열의 밑바닥에는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란 이분법적 사고가 있다.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탐(貪)·진(瞋)·치(癡), 즉 욕심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입장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고 상대를 부정하는 태도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조차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서로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을 선과 악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일 뿐이며, 실체적 진리는 아니다.

―이번 계엄·탄핵 사태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까.

▷너무 다 가지려고 하면 안 된다. 내가 다 가지려고 하다 보니까 극단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다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반씩 나눠 갖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런 마음을 모두가 가지고 있으면 그게 성숙한 사회요, 국민이다.

―원래 99마리 양을 가지고 있으면 100마리를 채우고 싶은 심리가 있지 않은가.

▷그게 문제라는 거다. 두 사람 앞에 금덩어리가 큰 것, 작은 것이 있다고 치자. 누가 큰 것을 가질 것인가를 두고 싸우다가 결국 둘 다 죽는다. 그러느니 내가 먼저 작은 것 가질게라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게 꼭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덕을 쌓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그런 것까지 다 계산이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직 승복 메시지를 명확하게 내지 않고 있는데.

▷옛날 왕들도 비가 많이 오고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나의 덕이 없어 그렇다"고 말했다. 아무리 내가 옳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불편했거나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책임자로서 부덕의 소치라고 말하는 겸손함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것이 도의다. 특히 정치인들은 그런 도의 의식을 좀 가져야 하는데 그게 너무 없다.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대통령 선거가 60일도 안 남았는데 물리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자신의 임기 안에 개헌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는 있으면 좋겠다. 또한 대통령 권한만 줄인다고 해서 능사냐는 문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사실 헌법이나 제도적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다. 여야 양쪽 다 개헌에 대해서는 정략적이며, 순수하지 못하다.

―대권 후보들의 예방이 잇따르고 있는데 주로 어떤 말씀을 건네는지.

▷자기 욕심이나 진영을 고집하면 잠깐 상대방을 속일 순 있다 하더라도 결국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 즉 자기에게 과보가 돌아오게 돼 있다. 그걸 겁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자기가 아무리 잔머리를 쓴다고 해도 다 돌아오게 돼 있다. 지금은 내가 힘들더라도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마음으로 이끌거나 상대를 대해야지, 꼼수를 쓴다든가 하면 금방은 작은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과보를 받게 된다.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은.

▷개인적 욕심을 부리지 않고 국가의 방향을 어떻게 이끌지 굳은 신념과 철학, 그걸 실현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근시안적 생각을 가지면 절대 안 된다. 특히 역사의식이 분명해야 하고 국민의 삶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개인의 권력과 욕망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도구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존재여야 한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까지 그야말로 '삼계화택' 상황이다.

▷설상가상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이게 마지막 고비가 아닌가 싶다. 난관을 극복해나가면 그만큼 번영된 시대가 온다. 절망할 필요 없다.

―부처님이 이 세상을 '삼계화택'이라고 말씀하신 뜻은.

▷이 세상은 탐·진·치(탐욕·성냄·어리석음)가 가득해 본래부터 불안정한 곳이며, 변화와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스스로 탐·진·치를 조절하지 못하면 지나친 욕심을 부리게 되고, 또 욕심껏 안 되면 화를 내고, 이상한 생각과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탐·진·치의 불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도 누구는 불 가까이에 있고, 누구는 멀리 있다. 불이 크냐 작으냐, 내가 그 불에 가까이 있느냐 멀리 있느냐의 차이일 뿐, 불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든 변화는 결국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지난 1월 경북 안동시청 대동관 영남홀에서 성도재일 기념법문을 하고 있다.  조계종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지난 1월 경북 안동시청 대동관 영남홀에서 성도재일 기념법문을 하고 있다. 조계종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으려면.

▷불교에는 자타일시성불(自他一時成佛)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와 남이 동시에 부처가 된다는 의미다. 내가 부처가 되지 않으면 세상의 극락은 없다. 내가 부처가 돼야 세상이 정토가 된다. 각자가 중요하다. 각자가 마음을 스스로 극락화하지 않으면 사회가 아무리 완벽하다 하더라도 지옥이 된다. 반대로 아무리 사회나 국가, 환경, 조건이 나쁘더라도 스스로 마음이 평안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자업자득으로 돌아간다.

―사회 전체적으로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팽배하다.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인드라망이라고 했듯이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교육의 문제도 있다. 어릴 때부터 선명상을 가르쳐야 한다. 마음을 스스로 챙기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경쟁만 하지 않나. 시험성적만 좋지, 인성이나 이런 게 빵점인 사람들이 지도층에 가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서점가에는 불안에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사람들의 불안도가 높다.

▷사람들이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데, 트라우마를 없애고 불안을 없애는 걸 책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해결하려고 한다. 머리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간단하게 보고, 듣고 해결하려고 하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마음종자를 바꿔야지, 마음씨는 그대로 놔두고 머리껍데기만 바꿔서 해결될 리가 있나.

―조계종에서 '5분 선명상'을 보급하고 있는데 핵심 원리는.

▷'우선 멈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끊임없이 분별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잠시 멈추는 것이다. 그 순간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감정을 조절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선명상은 중도(中道)의 수행이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부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과정이다. 이는 곧 인과(因果)의 원리를 이해하고, 집착을 내려놓는 연습이 된다. 하루 5분,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며 현재 순간에 집중해보라.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분별을 내려놓고, 떠오르는 감정을 그냥 바라본다. 분별이 줄어들수록 내면의 평온이 커지고 불필요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최근 '금강경 강설' 책을 내셨는데 핵심 내용은.

▷10년 넘게 매일 아침 '오늘의 명상'이라는 글을 지인들에게 보내왔다. 금강경은 '세상의 모든 물질적·정신적 현상은 고정 불변하지 않고 변화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경전이다. 즉 모든 것이 변한다는 원리를 깨닫고, 집착하지 말며, 생색내지 않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진우 스님

△1961년 강원 강릉 출생 △1978년 백운 스님 은사로 출가 △2012년 백양사 주지 △2019년 조계종 교육원장 △2022년~ 조계종 37대 총무원장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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