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의 보정속옷 브랜드 ‘스킴스(SKIMS)’에 베팅했다. 지난주 공식 론칭된 여성용 운동복 브랜드 ‘나이키 스킴스(NikeSKIMS)’는 나이키가 외부 기업과 손잡고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인 첫 사례다.
론칭 행사에서는 카다시안 일가가 나란히 같은 룩을 입고 등장했고, 세레나 윌리엄스·클로이 김·샤캐리 리처드슨 등 세계 정상급 여성 선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어진 비공개 디너에는 나이키의 협업 선수들이 초대돼, 현장 사진이 전 세계 SNS를 뒤덮었다.
이번 런칭의 핵심 문구는 ‘Bodies at Work’다. 여성의 몸을 ‘보여지는 대상’이 아닌, ‘움직이는 주체’로 표현했다. 단순히 옷이 아니라, ‘여성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은가’에 대한 새로운 내러티브를 판매하는 셈이다. 운동복이 기능을 넘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언어가 된 지금, 나이키와 킴 카다시안의 협업은 이 흐름을 정확히 겨냥했다.
○스포츠웨어, 성능보다 ‘서사’
26일(현지시간) 나이키스킴스는 바이커 쇼츠, 탱크톱 등 액세서리를 포함해 58종으로 구성된 첫 번째 컬렉션을 출시했다. 커지고 있는 여성 스포츠웨어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여성 스포츠웨어 시장은 올해 3352억 달러(약 457조 원) 규모에서 2034년 6346억 달러(약 865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나이키는 일찍이부터 여성의 운동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1995년 ‘If You Let Me Play’ 캠페인을 통해 사춘기 소녀들이 체육 참여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국내에서는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모두의 운동장’ 같은 여성 중심 캠페인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묶어두지는 못했다. 나이키가 ‘기능 중심’ 브랜드라는 인식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룰루레몬, 알로요가 등 패션 감도를 앞세운 브랜드들이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다. 특히 룰루레몬은 젊은 여성들의 신체 이미지에 대한 섬세한 고민을 반영했고, 다양한 체형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과 맞춤형 제품으로 마음을 샀다.
○나이키 약점 보완할 스킴스
이런 흐름 속에서 스킴스는 나이키에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킴 카다시안은 단순한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그는 여성의 신체, 자기표현, SNS 흐름을 주도하는 문화 자본의 상징이다. 스킴스는 여성 친화적인 편안함과 강력한 패션 감도를 앞세워 M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사고 있다. 기업가치는 이미 40억 달러 규모를 뛰어 넘었다.
스킴스에게도 이번 협업은 절호의 기회다. 2019년에 설립된 브랜드로서, 불과 6년 만에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다. 안나 안드리바 파이퍼 샌들러 애널리스트는 “나이키 스킴스 제품은 경쟁사보다 평균 35% 저렴하다”며 “특히 젊은 소비자층에서 룰루레몬의 점유율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나이키와 스킴스의 파트너십은 룰루레몬 등 경쟁사가 주도하던 여성 액티브웨어 시장에서, 나이키가 잃어버린 영향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나이키는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최근 2026회계연도 1분기(6~8월) 실적에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117억2000만달러(약 16조4000억원)로, 시장 예상치(110억달러)를 훌쩍 넘겼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