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지 말고, 머리로 따라오세요”…솔 르윗이 던진 ‘아이디어 미술’

12 hours ago 1

솔 르윗의 아크릴로 채색한 플라스틱 조각 ‘얼룩점 #3’과 아크릴로 채색한 벽화 ‘월 드로잉 #882B 선들의 띠’.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일반적으로 미술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바빠지는 건 ‘눈’이다. 화려한 색채의 조화, 작가의 현란한 붓 터치, 감정을 흔드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기대하며 작품 앞에 선다. 하지만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1일 개막한 기획전 ‘솔 르윗: 오픈 스트럭처(Sol LeWitt: Open Structure)’에선 다른 감각과 마주한다.솔 르윗(1928~2007) 작품을 대규모로 선보이는 이 전시장에서 관객들은 먼저 ‘차가운’ 도형을 만난다. 한 치의 오차도 보이지 않는 정육면체 구조물과 벽면을 빼곡히 채운 질서정연한 선과 격자들은 관람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눈으로 보지 말고, 머리로 생각하며 따라오세요.’ 솔 르윗의 ‘연속 프로젝트 #1 (ABCD)’와 ‘월 드로잉 #312 검정 벽면 위 두 부분으로 구성된 드로잉….’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개념미술의 선구자인 르윗은 1967년 에세이에서 유명한 선언을 남겼다. “개념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다. 예술가가 개념적인 작품을 만들 때 모든 계획은 사전에 결정되며 그것을 제작하는 건 형식적인 일에 불과하다. 예술을 만드는 건 아이디어다.”이 말처럼 르윗에게 미술은 작가의 손기술을 자랑하는 매체가 아니다. 그보다 작품의 뼈대가 되는 ‘아이디어’가 전면에 나선다. 작가는 작품을 직접 그리는 게 아니라, 아주 자세한 ‘지시문’을 남겼다. 이를테면 ‘92인치 검정 테두리의 정사각형과 72인치 빨강 선이 있는 드로잉’ 같은 언어로 된 문장이다. APMA MAKERS의 작업 장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제공 전시가 잡히면 현장 제작자들은 이 지시문을 토대로 마치 연주자가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해내듯 공간에 맞게 작품을 그려낸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 대형 ‘월 드로잉’ 13점을 미술관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솔 르윗 재단 관계자와 국내 미술 실기 전공자 23명으로 구성된 ‘APMA MAKERS’가 미술관 벽에 선과 색을 쌓아 올리며 완성했다.검정 벽에 흰 크레용을 써서 만든 ‘월 드로잉 #786A 꼭짓점과 변에서 시작되는 두 가지 원호의 조합’(1995년), ‘월 드로잉 #396 A-D 인디아 잉크와…’(1983년) 등 잉크와 연필, 컬러 잉크 워시 등 여러 가지 재료와 행태로 구성...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