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복 IBS 신임 원장 인터뷰
장기 연구 위한 자율성 보장하고… 3040 ‘젊은 연구단장’ 전폭 지원
2012년부터 이끈 촉매반응연구… 美칼텍 등 국제 과학계서 인정

지난달 선임된 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지난 15년간 한국 기초과학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연구자 평가 기준의 변화를 꼽았다.
좋은 저널에 논문을 몇 편 냈는지가 연구자의 경쟁력을 보여주던 시대에서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고 세계적인 연구를 선도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IBS는 연구자가 그 분야를 이끄는 리더인지,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했는지를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 왔다”며 “이 같은 평가 관점이 국내 기초과학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장 원장은 IBS의 장기 연구 시스템을 꼽았다.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주기적으로 평가받는 기존 구조에서는 단편적인 과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지만 IBS는 연구자에게 충분한 시간과 자율성, 안정성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 전 세계 230개 연구실이 쓰는 ‘C-N 결합’ 반응

장 원장은 2012년 IBS 초창기 연구단장으로 선정돼 ‘분자활성 촉매반응연구단’을 이끌었다. 연구단은 반응성이 낮은 탄화수소의 탄소-수소(C-H) 결합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원하는 위치에 질소를 도입하는 촉매 반응 연구에 도전했다. 현재 사용되는 의약품 상당수는 질소 원자를 포함한다. 하지만 반응성이 낮은 탄화수소의 특정 위치에 질소를 직접 도입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과제였다. 연구단은 2015년 전이금속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에 질소를 도입하는 새로운 탄소-질소(C-N) 결합 형성 반응을 발표했다. 장 원장이 꼽은 연구단의 대표 성과다.
이후 연구단은 2018년 이리듐 촉매를 이용해 의약품과 천연물 합성에 널리 쓰이는 락탐을 효율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하며 반응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 2023년에는 탄화수소에 질소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중간체를 세계 최초로 관찰해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까지 규명했다.
장 원장은 “새로운 탄소-질소(C-N) 결합 형성 반응을 개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왜 그런 반응이 일어나는지 원리까지 규명했다”고 말했다. 충분한 시간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IBS의 장기 연구 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였다. 그는 “현재 전 세계 230개 이상의 연구그룹이 우리가 개발한 반응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과학계도 연구단의 성과를 높게 평가한다. 브라이언 스톨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는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연구단은 지난 반세기 한국 화학 발전에서 가장 성공적인 시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합성화학과 촉매 분야의 가장 어려운 문제에 집중한 대규모 연구팀에 상당한 연구비를 투입한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라며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실험적·지적으로 우수한 차세대 과학자를 길러낸 것이 IBS 연구단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연구단의 또 다른 성과로 후속 연구자들의 성장을 꼽았다. 연구단을 거쳐간 31명이 국내외 대학 교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홍승윤 서울대 화학부 교수와 박윤수 KAIST 화학과 교수 등을 언급하며 연구단 출신 연구자들이 각자의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 원장은 “새로운 분야를 여는 것이 결국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IBS, 세계적 연구 성과 넘어 ‘디스커버리 허브’로
연구단장으로 IBS의 첫 15년을 함께한 장 원장은 이제 내부 출신 첫 원장으로서 향후 5년간 IBS를 이끈다. 장 원장은 “IBS가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는 기관을 넘어 새로운 발견과 개념을 만들어내는 ‘디스커버리 허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허브 구축을 위해 기존 석학형 연구단장 체계에 더해 젊고 도전적인 연구자를 위한 ‘개척가형 연구단’을 도입해 5년 내 10개 이상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단장이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창출하도록 10년 이상 지원한다. 석학형 단장보다 작은 규모의 연구비를 유연하게 운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장 원장은 또 “논문 수나 학술지 영향력보다는 동료 평가를 통해 연구 내용을 심층 평가하는 개척가 연구단장 특화 평가 제도를 설계 중”이라며 “특히 양자과학, 합성생물학, 신소재, 유전자 치료 등 차세대 연구분야를 집중 발굴해 육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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