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 주중대사 보고 활짝 웃은 시진핑…샤오미 선물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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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정상들과 기념 촬영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정상들과 기념 촬영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거수일투족에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11년 만의 한국 방문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줄줄이 진행하면서다. 중국은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이기도 하다.

한·중, 경색된 관계 회복의 물꼬 터

2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2박3일 간 외교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1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연설과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시 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간 정상회담을 즉시 보도하지 않고 큰 비중을 두지 않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 내용은 큰 비중으로 상세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할 가능성을 견제하는 듯한 우회적 발언이 있긴 했지만 시 주석은 대체로 이 대통령에 소통과 신뢰 강화, 호혜 협력을 강조하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시 주석이 "이웃의 성취는 곧 자신의 이익"이라며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고 인공지능(AI)·바이오제약·녹색산업·실버 경제 등 신흥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경제·무역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길 바란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으로 그간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회복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시 주석이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 모습을 확고하게 구축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국의 경제적 이익 확보를 위한 협상 무대로 APEC 정상회의를 적극 활용한 뒤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됐다는 점에서다.

실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재 속에서 '공동 번영'을 내세우며 각국과 손잡고 아태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해 초강대국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과시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희토류·농산물(대두) 등 준비된 대응 카드로 맞서며 비교적 대등한 선상에서 협상을 끌어냈다. 첫 상견례에 나선 '강경 보수'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침략의 역사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며 긴장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97분간 정상회담에 농담도 나눠

이 대통령과는 총 97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87분)·일본(30분)과 정상회담에 비해서 시간 자체가 길었다. 이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건네며 함께 회의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시 주석의 표정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컸다. 시 주석은 공객 석상에서 좀체 표정 변화가 없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 NHK는 중국 외교에서는 정상의 표정이나 몸짓 또한 상대국에 중요한 메시지를 발신한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과 선물을 주고 받는 자리에선 이례적으로 농담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위해 은 손잡이 탕관과 은잔 세트, LG에서 만든 영양크림과 아이크림을 준비했는데, 시 주석을 이를 보고 "여성용이냐"고 농담을 건넸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샤오미 스마트폰을 선물로 증정했다. 카메라 기능이 우수한 것이 특징인 샤오미 15 울트라로 알려졌다.

중국 측 관계자는 양국 정상 간 친교 시간에 선물을 공개하면서 "작년에 생산된 샤오미의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 안의 디스플레이는 한국의 LG 제품"이라고 디지털 제품 제조에서 한·중 기업 간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선물 받은 이 대통령이 스마트폰을 두드려보며 "통신 보안은 되냐"고 묻자 시 주석은 웃으며 "뒷문(백도어)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노재헌 주중대사 보고 활짝 웃은 시진핑…샤오미 선물 의미는

한편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을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환영한 이번 APEC 정상회의에 호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APEC 폐막식에서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던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을 만나면서 파란색 넥타이로 바꿔맸다는 해석도 나왔다.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의장대의 사열을 받던 시 주석은 양국 국기인 태극기와 오성홍기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가볍게 목례를 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배석한 정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눌 때 다소 무표정한 얼굴을 보였지만, 지난달 부임한 노재헌 주중한국대사를 마주하자 반가운 표정으로 잠시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노 대사는 33년 전 한·중 수교를 성사시킨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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