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시환(왼쪽)이 2루에 도달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한화 플로리얼(왼쪽)이 10일 잠실 두산전 6회초 1사 1,3루에서 더블 스틸로 홈을 훔치고 있다. 한화의 선제점. |
두산 베어스에 11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경기가 될 듯하다. KBO 최고 포수 양의지(38)와 메이저리그(ML) 경력의 잭 로그(29)로 이뤄진 두산 배터리가 한화 발야구에 홀렸다.
한화는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두산에 7-2로 승리했다. 시즌 두 번째 2연승을 달린 한화는 6승 10패로 탈꼴찌에 시동을 걸었다. 루징 시리즈를 확정한 두산은 7승 9패로 5할 승률에서 한걸음 더 멀어졌다.
승부처는 양팀이 0-0으로 맞선 6회초였다. 1사에서 에스테반 플로리얼과 문현빈이 연속 안타로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다음 노시환의 타석에서 재치있는 플레이가 탄생했다. 1루 주자 문현빈이 2루로 뛰었다. 이때 리드폭을 넓게 잡고 있던 3루 주자 플로리얼이 홈으로 쇄도했다. 두산 2루수 오명진이 곧바로 홈으로 뿌렸으나, 양의지의 태그보다 플로리얼의 홈플레이트 터치가 더 빨랐다. 1-0 리드를 만드는 더블 스틸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루 주자 문현빈은 타석의 채은성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순간 또 한 번 3루를 훔쳤다. 심지어 그다음 김태연의 타석에선 1루 주자 노시환이 2루까지 걸어가는 장면까지 탄생했다.
두산은 한 번 내준 분위기를 되찾아오지 못했다. 김태연이 우익수 방면 2타점 적시타로 기세를 올렸고, 이진영은 바뀐 투수 이영하에게 또 한 번 우중간 안타를 때려냈다. 이진영을 대신한 이원석이 2루를 훔치면서 한화는 KBO 역대 6번째 진기록을 세웠다. 한 팀이 한 이닝에 5개의 도루를 성공한 건 1990년 6월 6일 LG가 무등 해태(현 KIA)전에서 달성한 후 35년 만이다. 이재원은 여기서 2루 베이스 위를 넘어가는 깨끗한 중전 2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한화 문현빈(왼쪽)이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안타로 1루에 출루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한화 김재걸 1군 주루코치(왼쪽)이 이원석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잔뼈굵은 베테랑 양의지와 좌완 투수를 상대로 한 이닝 5개의 도루는 쉽지 않다. 더욱이 한 시즌 최다 도루가 6개인 노시환이 2루에 걸어 들어갈 정도로 두산 배터리는 완벽히 타이밍을 빼앗겼다. 경기 후 5개 중 2개의 도루를 책임진 문현빈(21)을 통해 진기록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현빈은 "플로리얼이 홈을 훔칠 거라 예상했다. 6회 (우리 팀) 도루는 모두 작전에 의한 것이었다. 투수(로그)의 습관이 있었다. 김재걸(53) 코치님께서 그걸 알고 준비하라고 하셨고, (뛰는) 사인이 나서 바로 뛰었다. 포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캠프 때부터 이런 부분을 계속 준비하고 연습했다. 투수의 습관이나 타이밍을 많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루만 잘했던 것이 아니다. 로그는 KBO 리그에는 흔치 않은 좌완 스위퍼를 주 무기로 독특한 투구폼을 이용한 숨김 동작(디셉션)이 좋아 공략하기 쉽지 않은 투수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문현빈은 첫 타석에서 로그의 공 7개를 골라낸 끝에 밀어치는 안타를 만든 것을 비롯해 6회에도 안타를 치는 등 5타수 4안타 2도루 2득점으로 한화의 승리를 이끌었다.
문현빈은 "전력 분석팀에서 많이 도와줬다. 최대한 가볍게 공이 오는 대로 치자고 생각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점점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게 느껴진다. 계속 좋은 경기를 팬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고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도 위트를 잊지 않았다. 이날 노시환은 벌써 3번째 도루 성공으로 최다 도루 시즌이었던 지난해(136경기 6도루)의 절반을 해냈다. 통산 24도루째. 문현빈은 "나는 우리 팀에서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다. 하지만 (노)시환이 형은 생각보다 빠르다"라고 웃으면서 노시환의 2루 도루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