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무고 관련 처벌을 피하기 상호 동의 확인 애플리케이션(앱)이 온라인 커뮤니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이 앱은 국내 최초로 변호사의 자문을 거쳤다고 홍보하며 유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1000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앱의 ‘성관계 합의서’에는 ‘본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제안자(갑)와 수락자(을)는 다음과 같이 합의하고 향후 합의 내용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갑과 을은 ○○○○년 ○○월 ○○일 ○○시 ○○분부터 12시간이 경과하는 시점까지 상호 간의 스킨십과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담겼다, 여기서 스킨십은 ‘성적인 표현을 사용한 대화 및 신체 접촉 일체를 포괄한다’고 정의했다.
앱 사용자가 상대의 휴대전화로 합의서를 전송하고, 상대가 인증하면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향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를 담았다. 즉 양측이 성관계에 합의했다는 증거를 남겨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이 앱은 성폭행이 아니라는 증거를 남겨놓는다는 의미에서는 유용할 수 있지만 단지 앱을 통해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법적인 면책을 완벽히 받기는 쉽지 않다. 우선 형법상 ‘강간’의 정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하는 행위다. 강간죄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인 성폭행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무형의 모든 성적 폭력을 뜻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의 의사, 즉 ‘동의’ 여부다. 동의는 크게 명시적 동의와 묵시적 동의로 나뉜다. 대부분의 이성간 성관계나 신체접촉은 보통 묵시적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한쪽은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한쪽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할 경우 성범죄로 비화하게 된다.이 앱이 제공하는 합의서는 명시적이고 확정적인 동의로 보이지만, 자발적으로 이뤄진 동의가 아닐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효력을 완벽히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대를 협박해 강제로 앱에 동의하게 하거나 몰래 동의 버튼을 누를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동의자의 자유의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성관계 동의의 강도나 구체적 상황까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성범죄는 구체적 정황이 중요해 단순한 합의 내용만으로는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성관계에 대한 동의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철회가 가능하고 관계 중에도 지속적인 동의가 전제된다. 만약 중도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처음 합의했다는 기록만으로 연속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설혹 성관계 합의가 됐다고 하더라도 앱상의 동의가 법률상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도 따져 봐야 한다. 민법 103조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한다. 성폭행은 일반적인 폭행 사건처럼 외상이나 폐쇄회로(CC)TV로 사건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없어 양측의 진술과 사건 전후 사정 등이 고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