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가질 수 없다면 인형이라도 가지겠어" [화폭역정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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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1913∼1914). 오스트리아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코코슈카가 자신의 사랑·불안 등을 극적으로 투영한 걸작이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와 사별한 부인 알마 말러와의 치명적인 사랑을 코코슈카는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폭풍우 속 남자와 여자로 표현했다. 3년여 걸친 두 사람의 관계는 코코슈카의 집착과 광기로 인해 차츰 변질됐고 이 작품은 알마가 그의 곁을 떠나는 파국의 시기에 완성했다. 이별에 충격을 받은 코코슈카는 이 그림을 판 돈으로 자금을 마련해 1차 세계대전 기병대에 자원입대했다고 전해진다. 캔버스에 유채, 220×181㎝, 바젤미술관(스위스 바젤) 소장.여기, 세상이 열광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누구나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걸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작품, 화려한 명성 뒤에 숨은 화가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지독하게 어긋난 운명, 고단하고 허무한 삶이었노라고 말입니다. 이데일리는 오랜 시간 ‘그림이 하는 말’을 들어온 이윤희 미술평론가와 함께 세계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천재작가들의 인생역정을 더듬습니다. 단순한 일대기를 넘어섭니다. 뜨거운 예술혼이 맞닥뜨린 차가운 현실, 그 쓸쓸한 생이 한사코 밀어냈을 결정적 장면을 엿봅니다. 삶이 묻고 그림이 답합니다. 캔버스에 굽이치던 화가의 인생길 ‘화폭역정’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이윤희 미술평론가] 세상에서 가장 흔해 빠진 말 ‘사랑’. 노래의 절반이 사랑을 부르고, 시의 절반이 사랑을 앓는 그 사랑의 의미는 실체를 붙들기 어렵다. 인간 삶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긴 쉽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서로를 갉아먹는 집착과 광기를 오가다가 마침내 바닥을 내보인다. 상대에 대한 사랑 혹은 병리적 집착에서 헤매다가 바닥을 치고, 그 바닥을 디디고 일어선 오스카 코코슈카(1886~1980)는 미술사에 남을 몇 점의 그림을 탄생시켰다. 집착의 상대는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부인 알마 말러(1879∼1964)였고 말러 사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코코슈카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자라난 화가였다. 세기말 빈은 화려함과 병약함이 깃든 도시였다. 클림트의 황금빛 관능과 프로이트의 무의식, 말러의 교향곡과 쇤베르크의 불협화음이 같은 공기를 호흡하던 그 도시에서 젊은 코코슈카는 국비 장학금을 받고 빈 공예학교에 들어갔다. 처음 그가 손댄 것은 엽서나 부채 그림 같은 장식적인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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