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 시켰다” 현장소장 발뺌에도…대법 “위험 방치했다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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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시켰다” 현장소장 발뺌에도…대법 “위험 방치했다면 책임”

입력 : 2026.03.20 21:56

“안전조치 없는 작업 방치하면
직접 지시 안했어도 산안법 위반”

건설현장 [연합뉴스]

건설현장 [연합뉴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인명사고에서 현장소장이 위험한 작업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험성을 인식하고서 그대로 방치했다면 책임이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국내 한 건설회사의 현장소장 A씨의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20년 6월 러시아 국적의 20대 근로자 B씨는 유로폼(거푸집) 해체 작업을 위해 갱폼(작업용 발판과 거푸집을 일체형으로 만들어 외벽에 매단 철골 구조물) 위에 올라갔다가 갱폼과 함께 3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갱폼을 한 층 올리기 위해 고정 볼트를 풀어 놓아 건물 외벽에서 쉽게 떨어질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1심은 현장소장 A씨의 업무상 과실치사, 산안법 위반(근로자 사망, 안전조치 위반)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안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보고 A씨의 형량을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B씨가 사망한 것은 A씨가 위험한 작업을 지시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사건 당일 갱폼의 남은 고정볼트를 모두 해체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작업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 방치했다면 산안법 위반이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외국인인 피해자가 한국어에 서툴러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과, 유로폼 해체팀 근로자들이 해체 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갱폼을 작업 발판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서도 더 이상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갱폼을 작업 발판으로 사용해 유로폼을 해체할 것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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