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엠블록레터에서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차이를 살펴봤습니다.
링크: https://m-block.stibee.com/p/418
당시에는 디지털 원화를 누가 발행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논의를 실제 사용 단계로 옮겨보겠습니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들과 함께 디지털화폐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는 ‘프로젝트 한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사이의 결제에 쓰이는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은행 예금을 디지털화한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실증사업입니다.
프로젝트 한강은 2025년 일반 이용자가 참여한 1단계 실거래를 진행한 데 이어, 현재 2단계 실거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단계에서는 은행 앱을 통한 개인 간 송금과 생체인증 결제, 사용처 확대 등 실제 금융생활에 가까운 기능이 추가될 전망입니다.
이번 엠블록레터에서는 예금토큰이 무엇인지, 기존 은행 예금과 무엇이 다른지,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 어떤 기능이 추가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금융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예금토큰은 무엇이고, CBDC와는 무엇이 다를까?
프로젝트 한강에는 기관용 CBDC와 예금토큰이라는 두 종류의 디지털화폐가 사용됩니다. 둘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같은 돈은 아닙니다.
가장 큰 차이는 누가 발행하고, 누가 사용하는가에 있습니다.
기관용 CBDC는 한국은행이 발행합니다. 프로젝트 한강에서는 일반 국민이 직접 사용하는 돈이 아니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 사이에서 결제와 정산을 처리하는 기반으로 활용됩니다.
반면 예금토큰은 시중은행이 발행합니다. 고객이 자신의 은행 계좌에 보유한 예금의 일부를 동일한 가치의 디지털 토큰으로 바꿔 결제와 송금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예금토큰 1원의 가치는 기존 은행 예금 1원과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돈의 성격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CBDC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직접 발행한 디지털화폐지만, 예금토큰은 시중은행에 맡겨 둔 예금을 토큰 형태로 표현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CBDC가 디지털 형태의 ‘중앙은행 돈’이라면, 예금토큰은 디지털 형태의 ‘은행 예금’에 가깝습니다.
프로젝트 한강의 구조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은 이를 결제 기반으로 삼아 일반 고객이 사용할 예금토큰을 발행합니다.
따라서 일반 이용자가 은행 앱을 통해 결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송금할 때 직접 사용하는 것은 기관용 CBDC가 아니라 예금토큰입니다.
예금토큰은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드는 개념도 아닙니다. 기존 은행 예금 가치와 발행 주체는 기존 은행 예금과 같지만, 기록하고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기존 예금이 은행 전산망에 계좌 잔액으로 기록된다면, 예금토큰은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돼 결제와 송금을 연결하거나 특정 장소와 기간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한강은 어디까지 왔을까?
프로젝트 한강은 이미 한 차례 일반 이용자가 참여하는 실거래 실험을 마쳤습니다.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1단계 실거래에는 약 8만 명이 참여했으며, 총 11만 건이 넘는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이를 통해 예금토큰을 활용한 결제와 정산이 실제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용 빈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이용자 한 명당 평균 거래는 1.4회 정도에 그쳤습니다.
사용 가능한 매장이 제한적이었고 실거래 기간도 짧았던 만큼, 예금토큰이 일상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결제수단이 기술적으로 작동하는 것과 사람들이 반복해서 사용할 만큼 편리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확인된 셈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한강은 2단계 실거래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9월 시작될 전망입니다.
2단계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는 예금토큰의 실제 사용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우선 참여 은행이 기존 7곳(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NH농협·BNK부산은행)에서 경남은행과 아이엠뱅크가 더해져 9곳으로 늘어나고, 은행 앱을 통한 개인 간 송금 기능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1단계에서는 이용자가 예금토큰으로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2단계에서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예금토큰을 직접 보내는 방식까지 실험 범위가 넓어지는 것입니다.
지문 등 생체인증을 활용한 결제도 추진됩니다. 일반 예금과 예금토큰 사이의 자동 전환 기능을 적용해, 예금토큰 잔액이 부족하더라도 은행 계좌의 예금을 자동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사용처 역시 각 은행의 제휴 가맹점 등을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1단계의 낮은 이용 빈도가 제한적인 사용처에서 비롯됐던 만큼, 2단계에서는 예금토큰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운영 기간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1단계는 약 3개월 동안 진행됐지만, 2단계는 종료 시점을 미리 정하지 않고 실제 환경에서 장기간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다만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정식 상용화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금융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예금토큰이 가장 먼저 효과를 보여줄 곳은 일반적인 소비자 결제보다 사용 목적이 정해진 자금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보조금처럼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는 자금을 예금토큰으로 지급하면, 사용할 수 있는 장소와 기간 등의 조건을 토큰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2단계에서 기존에 은행 계좌로 지급하던 국고보조금 일부를 예금토큰으로 지급하는 실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사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예금토큰을 넘어 기관용 CBDC를 활용한 금융자산의 토큰화 실험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한국은행은 향후 기관용 CBDC와 연계해 국채 등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하고 거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금토큰이 일상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이미 널리 사용되는 계좌이체와 간편결제보다 편리해야 하고, 이용자가 굳이 예금을 토큰으로 바꿔야 할 이유도 보여줘야 합니다.
프로젝트 한강 1단계가 “예금토큰이 실제로 작동하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면, 2단계는 “사람들이 예금토큰을 계속 사용할 이유가 있는가”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예금토큰이 새로운 일상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을지, 보조금과 정책자금처럼 특정 목적의 자금에서 먼저 쓰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디지털 원화를 둘러싼 논의가 개념과 기술 실험을 넘어 실제 사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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