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민원으로 교내 활동 사라져
돈 내고 ‘사설 경시대회’ 등 참가
체육수업 줄자 줄넘기학원 등록
학부모의 각종 민원으로 학교에서 단원 평가는 물론이고 교내 경시대회 개최마저 어려움을 겪자 반대급부로 사교육 시장에서 각종 경시대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내 경시대회를 개최하면 경시대회 결과에 대한 학부모 민원이 많다”며 “교육청이 주관하는 경시대회가 있을 때 학교별 대표 선출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 내 경시대회는 열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교육 시장에서는 경시대회가 인기다. 교내 활동이나 평가만으로 자녀의 성적을 파악하기 어렵게 되자 학부모는 참가 비용을 내고서라도 사설 경시대회에 자녀를 참가시키는 것이다.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은 물론이고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문해력 경시대회’ 등 다양한 종류의 경시대회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해답지(OMR·Optical Mark Reader) 카드에 답을 표시하는 연습을 이른 나이부터 시키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경시대회에 내보내기도 한다.
천재교육이 주관하고 초등학생, 중학생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 과목 시험을 보는 학력평가인 HME 학력평가의 최근 3년간 참가 인원은 2022년 8만8146명, 2023년 7만5720명, 2024년 7만2767명으로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년 7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하늘교육이 주관하는 수학, 영어 경시대회 참가 인원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유학기제 운영으로 중간·기말고사 등을 보지 않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학교 공교육에선 시험으로 학생 수준을 파악할 수 없는 깜깜이 상태”라며 “학생과 학부모는 기초학력 충족 여부 파악뿐만 아니라 성적이 전국 상위 몇 퍼센트에 드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시험을 안 보는 등 공교육 역할이 제한되면서 학부모는 점점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사설 경시대회 준비를 위한 학원에 자녀를 보내기도 한다. 체육도 학원에 의존하는 추세다. 학생 안전 때문에 학교에서 체육 활동이 위축되자 자녀 성장과 건강을 위해 줄넘기, 태권도, 수영 등 특정 종목이나 학교 체육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에 자녀를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인당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비는 24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7.3%나 증가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은 학교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면서 즐거움을 찾고 다양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학교에서 충분한 활동을 하지 못하면 학교생활의 의미를 찾지 못해 사회성과 협동심을 기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