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떠나지 않아 좋은, 나만 따라다녀 싫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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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영화로 읊다]〈138〉그림자에게 허버트 브레넌 감독의 ‘피터 팬’에서 피터 팬은 자신으로부터 분리된 그림자를 다시 자신의 몸에 붙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유튜브 화면 캡처 J M 배리의 ‘피터 팬’을 최초로 스크린에 옮긴 건 허버트 브레넌 감독의 무성영화 ‘피터 팬’(1924년)이다. 영화에서 피터 팬은 자신의 그림자를 다시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와 달리 고려 말 이달충(李達衷·1309∼1385)은 자신의 그림자가 미워서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시인은 종일토록 얘기 나눌 사람도 없는 산중에서 자신을 떠나지 않는 그림자를 애석히 여겨 이 시를 썼다고 했다. 시의 제목은 도연명이 그림자와의 대화라는 상상력을 펼친 ‘형체가 그림자에게 주다(形贈影)’로부터(‘形影神’ 첫 번째 수), 내용은 ‘장자’ ‘어부(漁父)’편에 나오는 자신의 그림자가 싫어 떼어 놓으려 도망치다 힘이 빠져 죽은 사람의 이야기(畏影惡跡)로부터 착상을 얻었다. 영화에서 피터 팬은 웬디의 집 서랍장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그림자를 다시 몸에 붙이기 위해 온갖 애를 쓰다 실패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웬디가 바늘과 실로 그림자를 몸에 다시 꿰매줘 겨우 그림자를 되찾는 데 성공한다. 영화가 그림자와 몸이 떨어져선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 한시는 그림자가 본체의 부산물임을 드러냈다. 방식은 다르지만 양자 모두 그림자가 자신의 분신으로서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한다. 내 그림자가 밉다고 시작한 시는 종국에 그림자에 대한 혐오를 거둬들였다. 그림자가 자신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한 ‘장자’ 속 인물과 달리, 시인은 그림자가 흉내 내지 않는 게 무엇인지에 주목했다. 그림자는 자신의 동작 하나하나를 본뜨지만 말은 결코 따라 하지 않는다며, 그림자의 속내를 대변하여 말이 몸을 위태롭게 한다고 읊었다. 그리고 이 말 없는 그림자를 자신의 스승으로 삼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했다. 그림자에게 하는 말이라 했지만, 당시의 권력자 신돈을 비판했다가 고초를 겪었던 시인의 아픈 경험으로부터 나온 자기 성찰일 것이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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