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쳐(외계인) 디자인에만 3년 넘게 걸렸습니다. 오밤중 마주쳤을 법한 외계인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6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호프’ 기자간담회에서 나홍진 감독(51)이 이같이 말했다. 이 간담회는 호프의 첫 국내 시사를 마치자마자 이뤄졌다. 호프는 영화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나 감독이 연출을 맡은 신작이다.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최초 상영됐다. 극장 개봉은 오는 15일. 나 감독은 “칸 버전에서 5분 이상 삭제됐다가 다시 3~4분 정도 추가 됐다”며 “오늘도 작업을 할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호프는 1980년대 초반처럼 보이는 가상의 국내 항구 마을인 호포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외계인과 주민들의 사투를 그린다. 이날 간담회에선 나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이 참석해 작품을 소개했다. 외계인 역은 할리우드 배우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이 맡았다. 극중 외계인과 싸운 황정민은 “상대 배우 없이 상상으로만 연기한 게 처음이었다”며 “상상으로만 극대화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공포와 생존하려 하는 에너지, 영화의 무드를 이어가기 위한 호흡을 중점 삼아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나 감독의 전작인 ‘곡성’이 그랬던 것처럼 ‘호프’에서도 상징과 은유로 풀어낼 만한 오브제가 곳곳에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러면서도 속도감 있는 액션이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힘을 잃지 않는다.
나 감독은 외계인과의 사투를 자동차 추격 장면으로 담아내기 위해 루마니아에서 배우들과 합을 맞췄다. 시가전, 숲과 초원에서의 사투 등 액션의 무대도 다채롭다. 정호연은 “황정민·조인성 선배와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었다”며 “눈빛으로 대화가 이뤄지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웠지만 나중엔 (배우들이) 한 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긴장감을 유지한 채 속도감을 조절해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관객이 안도할 즈음에 총성이나 굉음이 공포감을 키운다. 괴물들을 추적하던 인물들이 도리어 괴물에게 쫓기는 것으로 상황이 반전될 땐 템포가 급격히 빨라지며 액션 장면이 쏟아진다. 조인성은 “마지막 액션 시퀀스(장면)가 가장 어려운 장면이었다”며 “어렵게 찍은 만큼 개인적으로 위대한 장면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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