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컷의 경계를 넘어 현실 속 공연으로 재탄생한다.
2025년 연말,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과 '집이 없어'가 서로 다른 매력의 뮤지컬로 잇달아 관객을 찾는다.
웹툰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하려는 팬들의 열정과 새로운 관객층을 무대로 끌어들이려는 제작사의 요구가 맞물리며, 웹툰의 무대화는 공연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이 '나루토' '데스노트' 등 애니메이션 기반의 '2.5차원 뮤지컬'을 신장르로 확립하며 공연 시장을 확장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K웹툰 뮤지컬'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차원 뮤지컬'은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 2차원 원작을 3차원 무대 공간으로 옮긴 일본의 공연 장르다. 캐릭터의 외형·말투·포즈를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테니스의 왕자' '세일러문' '블리치' 등 인기 만화를 기반으로 한 무대가 연이어 흥행했다. 일본 엔터테인먼트 조사기관 피아총연에 따르면 2.5차원 뮤지컬 시장 매출은 2010년 19억엔에서 2023년 239억엔(약 2190억원)으로 12배 이상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웹툰의 무대화는 꾸준히 시도돼왔다. 출발점은 1세대 웹툰 작가 강도하의 다음 연재작을 원작으로 한 2007년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였다. 이후 '신과함께' '찌질의 역사' '나빌레라' '정년이' '선천적 얼간이들' '유미의 세포들' 등 다양한 작품으로 확장되며 웹툰 공연화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26일부터 12월 28일까지 서울숲 씨어터 2관에서 공연되는 창작 초연 뮤지컬 '집이 없어'는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연재된 와난 작가의 작품으로, 귀신이 나오는 기숙사에서 각자의 상처를 지닌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며 '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은 '2024 월드웹툰어워즈' '2022 오늘의 우리만화상'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뮤지컬은 밴드 사운드 기반의 서정적 넘버와 섬세한 조명 연출을 더해 관객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 원작의 감동을 전한다.
반면 12월 24일 개막하는 '나 혼자만 레벨업 on ICE'는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지는 대형 액션 퍼포먼스 뮤지컬이다. 동명의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43억뷰를 기록한 초대형 지식재산(IP) 콘텐츠로, 게임·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이미 화제를 모았고 넷플릭스 실사화까지 예정돼 있다.
제작사 라이브아레나는 지난 9월 캐스팅을 발표하며 "전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참여해 뮤지컬·피겨·액션이 결합된 전례 없는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소개했다. 국내 유일의 아이스쇼 전문 제작사인 라이브아레나는 2024년 피겨와 뮤지컬을 결합한 국내 최초의 뮤지컬 아이스쇼 '지쇼: 더 루나'를 선보인 바 있다.
성진우 역에는 아이콘 김진환, 여동생 역에는 트리플에스 김채연, 유진호 역에는 뮤지컬 배우 최우혁이 출연한다. 피겨 선수 출신 김예림이 차해인 역, 국가대표 이시형이 이그리트 역을 맡고 일본 피겨 선수도 합류한다. 공연은 12월 31일까지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
네이버웹툰 '노인의 꿈'을 원작으로 한 연극도 내년 초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에서 관객을 만난다. 원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봄희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직접 그리기 위해 찾아온 할머니 춘애를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김영옥·김용림·손숙 등 원로 배우가 춘애 역에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하희라·진지희 등 잘 알려진 배우들이 함께한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되며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기도 한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뮤지컬로 제작 중이며, 내년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수지 주연의 디즈니+ 시리즈로도 만들어진 '현혹'은 2028년 대극장 공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네이버가 판권을 중개하는 작품의 경우 연혁을 관리하고 있지만, 그 외 작품도 있어 현재로서는 모두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제작 중인 작품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웹툰 역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의 공연제작사 쇼노트와 함께 웹툰 '세이렌: 악당과 계약 가족이 되었다'를 뮤지컬로 제작 중이다. 악마의 힘을 물려받는 발렌타인 대공과 그의 저주를 풀 유일한 인물 세이렌이 시간을 거슬러 서로를 구원하는 로맨스 판타지로, 웹툰·웹소설 합산 조회 수가 2억7000만회에 달한다. 공연은 2026년 트라이아웃을 시작으로 2028년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간다.
웹툰의 무대화 흐름은 2.5차원 뮤지컬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확장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화제가 된 웹툰을 원작으로 뮤지컬을 제작하는 흐름도 활발하다. 일본의 대표 제작사 도호는 지난 7월 '이태원 클라쓰'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선보였고, 지난 1월 일본에서 초연된 뮤지컬 '미생(ミセン)'은 한국 웹툰 '미생'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제작은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호리프로가 맡았으며 대본·연출·음악 등에는 한국 창작진이 참여했다.
잇단 웹툰 기반 뮤지컬 제작의 배경에는 웹툰 팬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 이미 한 차례 시각화된 서사가 무대로 옮기기 용이하다는 점이 있다.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웹툰 원작 시리즈가 제작되며 뮤지컬 팬들이 원작 웹툰과 스트리밍 시리즈를 다시 찾아보는 등 콘텐츠의 선순환 효과도 기대된다.
창작 뮤지컬 '풍월주'가 2015년 웹툰으로 제작된 데 이어 2025년 초연되는 뮤지컬 '말리'가 공연에 앞선 이야기를 네이버웹툰에 만화 형식으로 공개하는 사례 등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웹툰 기반 뮤지컬이 단발적 시도에 그치지 않고 일본처럼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뮤지컬만의 특장점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뮤지컬 '데스노트'가 폭발적 흥행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원작 재현을 넘어 '놈의 마음속으로' 'DEATH NOTE' 등 프랭크 와일드혼의 탄탄한 넘버가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공연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작 팬심에만 기대서는 한계가 있다"며 "웹툰 원작 뮤지컬이 성공하려면 뮤지컬 고유의 감동과 생동감을 충분히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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