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어린 챔피언 바리오스와
WBC 웰터급 타이틀 매치 벌여
4년 만에 링 복귀해 건재 과시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무승부… 두 선수 모두 “다시 맞붙고 싶다”
과거 8체급을 석권했던 파키아오는 20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WBC 웰터급 타이틀전 12라운드 경기에서 바리오스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파키아오가 실전에 나선 건 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요르데니스 우가스(39·쿠바)에게 패한 2021년 8월 22일 이후 3년 10개월 27일 만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등 정치 활동에 전념하던 파키아오는 올해 상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링 복귀를 선언했다.
최종 12라운드까지 이어진 이 경기는 심판 3명 중 2명이 114-114 동점으로 판정하면서 ‘다수결 무승부’로 끝이 났다. 나머지 한 심판은 115-113으로 바리오스의 손을 들어줬다. 타이틀 매치가 무승부로 끝났을 때는 현역 챔피언이 그대로 챔피언 벨트를 가져간다.
경기 결과가 발표되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파키아오의 첫마디 역시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복싱계 관계자들도 “파키아오의 우세가 분명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해설을 맡은 전 국제복싱연맹(IBF) 웰터급 세계 챔피언 숀 포터(38·미국)는 “파키아오가 모든 걸 걸고 링에 섰지만 무능한 심판진이 모든 걸 무너뜨렸다”며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WBC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샤커 스티븐슨(28·미국)은 “파키아오가 경기를 지배했다. 이런 판정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실시간으로 복싱 경기 내용을 집계하는 ‘컴퓨박스’에 따르면 파키아오는 이날 강펀치 적중 횟수에서 바리오스에게 81-75로 앞섰다. 다만 전체 펀치 적중 횟수에서는 120-101로 바리오스의 우위였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스포츠 베팅업체 대부분이 바리오스가 이길 확률이 75% 정도 된다고 예상했다. 한창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바리오스에 비해 파키아오는 긴 공백이 있었고, 나이도 40대 후반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키 166cm에 리치 170cm인 파키아오에 비해 바리오스는 키(183cm)도 더 크고 리치(178cm)도 더 길다.
하지만 파키아오는 경기 시작 공이 울리자마자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3라운드에는 보디샷과 스트레이트를 연달아 적중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4라운드 이후 파키아오의 움직임이 다소 느려진 사이 바리오스가 잽과 카운터로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파키아오는 8라운드 이후 다시 노련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흐름을 잡았고 심판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마지막 12회가 끝난 후에도 파키아오는 크게 지친 기색이 없었다. 통산 성적 62승(39KO) 3무 8패를 기록하게 된 파키아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더 경험 많고 이전보다 전술적인 복서가 됐다. 젊었을 땐 방심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이제는 더 신중하다”고 말했다.3차 타이들 방어에 성공한 바리오스는 “파키아오와 같은 링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었다”며 “파키아오는 여전히 강했다. 타이밍과 리듬 모두 완벽했다”고 평했다.
두 선수 모두 “다시 맞붙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리턴 매치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