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보이는 소중한 것[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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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스나다 마미 ‘엔딩 노트’201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을 맡고, 이와이 슌지 조감독 출신인 스나다 마미가 자신의 아버지인 스나다 도모아키의 마지막 순간들을 직접 촬영·기록한 작품이다. 평생을 샐러리맨으로 살다가 정년퇴직 후 새 삶을 준비하려던 차에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예상치 못한 죽음 앞에서도 평소 꼼꼼한 성격 그대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장례 준비부터 가족들에게 남기는 유언까지 하나하나 정리해 ‘엔딩 노트’를 만든다.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 보기’, ‘일만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하기’ 등등 엔딩 노트를 채워 가며 행복한 추억을 쌓아 나가는데,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암은 이별의 순간을 앞당겨 놓는다. 결국 병상에 누워 마지막을 기다리게 된 상황에서 그는 아내에게 갑자기 “괜찮으냐”고 묻는다. 자신 때문에 마음 아파할 아내가 오히려 걱정된 것이다. 아내가 “괜찮다”며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그가 말한다. “사랑해.” 그건 ‘쑥스럽지만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라는 그의 열 번째 엔딩 노트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둘만 있게 해달라며 모두를 나가게 한 후 남편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같이 가고 싶어.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 줄… 너무 늦게 알았어.” 스나다 도모아키는 며칠 후 가족들 품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어쩌면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가려 진짜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하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쓰라려 하지만, 진짜 소중한 건 따로 있다는 걸 생각해 볼 일이다. 아직 멀리 있다고 여기는 ‘끝’이 언제든 가까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새기며, 하루하루 엔딩 노트를 쓰듯 진짜 소중한 것들을 찾아볼 일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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