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한민국정원산업박람회 In 진주
● 황무지에 피어난 희망
초전공원 경관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번에 대나무숲에 산책로를 새로 만들고 보라색 버들마편초를 심었더니 공원 저수지를 볼 때 차경(借景)이 된다. 하대 강변 2만 ㎡ 터에는 꽃양귀비와 버베나가 한들한들 춤을 춘다. 어느 노랫말처럼 진주 모습이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온다.
● 모두가 뜻을 모은 정원
특히 눈길을 끈 건 ‘동행정원’이다. 경남진주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바탕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국남동발전의 ‘빛과 바람의 정원’은 요즘 정원박람회에 자주 등장하는 동행정원의 모범 사례다. ‘빛뜰’ ‘바람뜰’ ‘숨뜰’이라는 세 개 공간에 재생에너지 기업의 정체성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 운행을 멈춘 오래된 기차역에서 가져온 침목은 시간의 숨결과 기억을 묵묵히 전한다. 빛뜰에는 에메랄드빛 침엽수와 숙근 샐비어 사이에 직사각형 거울들이 놓여 있었다. 거울이 반사한 부드러운 햇빛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와닿았다.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동행정원은 ‘바투 정원: 가까운 자연’이다. 자연이 주거지 옆에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있는 수려한 공원 환경에 백당나무와 함박꽃나무처럼 수형이 자연스럽고 꽃과 열매가 아름다운 관목들을 배치했다. 군더더기 없는 곡선의 데크길을 천천히 걷는 느낌이 좋았다.
진주시민정원사협회가 만든 ‘키친 가든’은 박람회 주제인 ‘정원과 함께 하는 삶: 생활 속 실용정원’을 잘 보여 준다. 시민 정원사들이 아이를 돌보듯 정성스레 채소를 심고 가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은퇴 후 텃밭 가꾸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정보와 영감을 준다.
● 정원에 담은 한국의 멋
고요하게 사색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정원도 있다. 국립수목원이 모델 정원으로 제시한 ‘서식처 정원’이다. 여러 생물체가 흙과 돌, 썩은 나무 사이에서 공존하는 정원이다. 소박한 매력을 지닌 자생식물들이 돌, 고사목 등과 어우러져 있어 별안간 숲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진주 남강을 표현한 이끼는 지리산 기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세계적 희귀식물 진주바위솔도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의 대표 명소는 진주성과 진양호공원이었다. 그런데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문을 연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누적 방문객 120만 명을 넘기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초전공원을 지나 월아산에 이르면 또 하나의 축제가 펼쳐진다. 22일까지 열리는 ‘월아산 수국 축제’다. 만개한 수국으로 뒤덮인 산길 곳곳에는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마’ ‘수국수국 설레는 여름’ 같은 문구가 걸려 있다. 남녀노소, 외국인 노동자까지 어울려 즐기는 풍경은 진정한 축제의 한 장면이었다. 챙 넓은 모자와 원피스 차림 여성들이 찾아와 즐겁게 사진을 찍는 모습은 정원의 여름날을 찬란하게 했다.
월아산은 1995년 대형 산불로 숲 대부분이 잿더미가 된 아픈 기억이 있다. 진주시와 시민들은 주저앉지 않고 일어나 함께 돌을 쌓고 나무를 심으며 생명을 되살려 냈다. 생태 숲과 자연휴양림, 최근엔 정원이 들어서며 월아산 숲속의 진주로 다시 태어났다. 숲속 어린이도서관과 ‘맨발로숲’ 같은 공간은 시민 일상과 맞닿아 있다.
이번 박람회는 도시가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정원을 돌보는 관계의 선순환을 보여 주었다. 산업적 시너지도 더욱 커지기를 기대한다. 진주는 진주목걸이를 걸친 여성처럼 우아한 품격이 흐르는 도시다. 그 안엔 역경을 딛고 되살아난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이 정원 여행이 진주의 또 다른 보물 같은 풍경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가볼 만한 곳 |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진주 출신 재불(在佛) 화가 이성자(1918∼2009)와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 ‘심포니: 우주의 대화’와 특별전 ‘은하수 아틀리에’가 22일까지 열린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이 화백의 프랑스 남부 작업실 ‘은하수’를 ‘주목할 만한 현대 건축물’로 지정했다. 한국 작가 작업실이 프랑스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 ◇황포냉면 진주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입소문 난 냉면 맛집이다. 메밀 전분과 고구마 전분을 적절히 배합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다른 식당보다 두 배 가까이 넉넉한 양도 인상적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장점을 모두 살린 ‘특미냉면’은 새콤달콤한 양념, 잘게 썬 육전 고명,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져 근사한 맛의 조화를 보인다. |
글·사진 진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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