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75달러(약 4052원), 독일 2.24달러(약 3300원), 프랑스 2.11달러(약 3109원), 일본 1.40달러(약 2062원).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가 조사한 이달 각 국의 식빵(500g) 평균 가격이다. 인근 일본보다는 두 배 가까이 비싸며, ‘빵 종주국’이라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보다도 비싸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빵값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빵 가격은 해외에 비해 높은 편이다. 서울 익선동, 서촌, 성수동 등 ‘핫플레이스’에 위치한 카페에선 케이크 한 조각이 2만원에 육박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김치찌개 백반 외식 비용은 평균 8654원. 백반 두 번 먹어도 케이크 조각 가격에 못미친다.
그럼에도 유명 베이커리 매장 앞 대기 줄은 점점 더 길어진다. 인기 제품을 먼저 맛보기 위해 문이 열리기도 전에 수십 명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값을 올려도 어지간해선 수요가 줄지 않으니 인기 베이커리 매장의 수익은 계속 상승세다. 작년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엘비엠은 영업이익률 27.2%를 기록했다. 구글·애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베이글, 도넛, 소금빵 등 비교적 단순한 메뉴로 히트를 치는 매장이 늘면서 창업시장에선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제빵학원을 다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불황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는데, 프리미엄 베이커리는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가 뭘까.
Z세대에게 빵은 ‘패션’
마당에 연못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인 익선동의 한 베이커리 카페. 케이크 한 조각 가격은 최대 1만9800원에 달한다. 주 고객층이 주머니 사정이 얇은 20~30대지만 케이크는 불티나게 팔린다. 특이한 점은 이 값비싼 케이크를 사놓고도 한두입 정도 맛보고는 남기는 이가 많다는 것이다. 딸기와 피스타치오 잼 등 색색깔 재료가 켜켜이 쌓여 단면이 화려한 케이크를 파는 서촌의 한 카페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음식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말을 철칙으로 알고 살던 중장년층이 볼 땐 혀를 끌끌 찰 일이다.
다 먹지도 못할 값비싼 케이크를 왜 사먹을까 싶겠지만, Z세대들은 애초에 빵으로 배를 채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식품업계에서는 “베이커리 시장은 더 이상 ‘식(食)’의 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는 “베이커리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2030이 프리미엄 메뉴의 주요 소비자로 등장한 ‘트레이딩 업’ 현상”이라며 “이 새로운 디저트 소비자들은 마치 빵을 식품이 아닌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디저트가 SNS 콘텐츠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비싼 가격에도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 인스타그램 메인 화면 속 16여 장의 게시물은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디지털 명함’으로 기능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행이 빠른 패션이나 뷰티 기업에선 마케터를 뽑을 때 SNS 경험을 주요 경력으로 제출받기도 한다”며 “SNS를 잘 키우면 취업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SNS 자체가 하나의 이력서이자 나만의 광고판인 셈인데, 감성있는 디저트 이미지로 SNS 메인을 잘 장식할 수 있다면 몇만원씩 하는 값비싼 지출을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공한 디저트 가게의 전략은 ‘한 컷’
성공한 디저트 가게를 보면 대부분 사진 ‘한 컷’으로 적당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넛에 크림이 잔뜩 넣어 반으로 갈랐을 때 ‘반갈샷’이 인상적인 노티드나 크림과 과일을 잔뜩 얹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매장 공간을 50% 이상을 손님이 앉을 수 없는 인테리어만을 위해 꾸미는 익선동 골목 카페들이나 업무하기 불편하지만 콘셉트 복장을 입은 직원을 배치한 자연도 소금빵 등도 한 사례다. 전통적인 생산성이나 효율성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요소들이 SNS에선 먹힌다. 김 디렉터는 “디저트 시장이 장인의 영역에서 산업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콘셉트가 강조된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예쁜 디저트는 빵이 아니라 액세서리이자 나를 꾸미는 ‘패션’ 같은 것”이라고 짚었다.
10여년전 빵지순례 붐을 일으켰던 지역 빵집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도 제품의 콘텐츠화 여부다. 당시 유명세를 탄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안동 맘모스제과, 대구 삼송빵집 등 전국 단일 빵집 중 성심당만이 압도적으로 전국구 브랜드 파워를 얻었다. 성심당 운영사인 로쏘는 지난해 영업이익 643억원을 기록하며 양대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를 합한 이익을 뛰어넘었다. 국내 한 제빵명장은 성심당의 성공 요인을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점’을 꼽았다. 이 명장은 “단팥빵으로 입지를 굳힌 성심당을 전국구 빵집으로 키운 건 화려한 색감의 과일이 쏟아질 듯한 시루 케이크“라고 꼽았다. 그는 “제빵 장인의 영역에선 따뜻한 빵 속 차가운 과일이 잔뜩 넣은 조합은 완성품 온도에 영향을 주고 맛을 해칠 수 있어 금기시되던 방식”이라며 “다른 지역 빵집들이 전통적인 기술과 빵의 맛에 집중하는 사이 성심당은 기존 상식을 깨는 과감한 제품으로 SNS 시장을 뚫으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디저트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
디저트가 기획력만 있으면 대히트를 치는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빵은 유통업체들의 최대 먹거리로 떠올랐다. 트렌드에 빠른 편의점은 일찌감치 디저트 기획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CU다. CU가 2018년 선보인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 쇼콜라 생크림 케이크 시리즈는 편의점 디저트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CU는 이후에도 연세빵·고대빵 등 메가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디저트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 성수동에 일반 매장 대비 디저트 제품군을 30%가량 늘린 ‘디저트파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GS25, 이마트24 등 후발 주자들도 디저트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GS25는 디저트 기획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에는 먹거리 상품군을 기획하는 부서의 산하 조직이었지만 디저트의 상품성이 커지면서 부서 규모를 키웠다.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디저트 특화 전략이 유효하다. 대부분 카페 프랜차이즈 실적이 주춤한 와중에도 디저트 카페를 표방한 투썸플레이스가 매출 1조원을 넘게 내는 추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물가 흐름을 타고 성장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소금빵을 비롯한 디저트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처음으로 서초역 인근에 첫 디저트 매장 ‘카페 드 디저트‘를 열었다. 이 매장 성과에 따라 디저트 매장 운영 확대를 고려해 볼 방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체가 다양한 시도에 나서면서 디저트 산업 전체가 붐업(boom up·유행의 고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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