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창세기에는 인간 최초의 폭력이 기록돼 있다"

1 week ago 11

문화 > 책 [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창세기에는 인간 최초의 폭력이 기록돼 있다" '창세기'는 태초의 세계를 다룬다. 천지창조를 시작으로 신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수천 년간 거룩한 텍스트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프랑스 철학자 로제 다둔에게 '창세기'는 성스러운 책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책 '폭력'에서 성서를 비틀어 그 안에 숨겨진 인간 폭력의 역사를 발견해 낸다. '창세기'를 폭력이라는 개념의 기준이 되는 책으로 바라본 것. '텍스트 비틀어 보기'의 훌륭한 사례랄까. 책에 따르면 구약성서의 첫 번째 책이자 '토라' 다섯 권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한 '창세기'에는 태초의 폭력이 기록돼 있다. 카인이 그의 동생 아벨을 살해하는 장면 말이다. 농사를 짓는 형 카인은 양을 치는 동생 아벨을 내리치고, 그의 피가 땅에 물들어 야훼의 진노를 산다. '창세기'에 '최초의 형제 살인'이 기록된 것. 그의 분노는 그 자체로 폭력의 표출이 되며, 살인은 폭력적 행동의 표상이 된다. "이 살인 사건이 그 이후에 계속 벌어지는 사건들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길고도 끝없이 이어지는 후대의 범죄들에 일종의 모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다둔의 의문은 여기서 더 깊어진다. 과연 카인(인간)의 분노만이 폭력의 형태였을까. 그는 천지창조 과정을 기록한 성서의 서술어에 더 주목한다. 성서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거친 인용이지만 "정복하라" "다스리라"는 명령이 잠재적 형태로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는 게 책의 요지다. '선악과를 따먹으면 벌을 받으리라'는 신의 저주도 일종의 폭력이었다. "신은 명령하고 명명하고 구분하고 분리하고 분류하는데, 이 모든 행위가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폭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중략) 비극적 유전은 인간의 상상계에서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형태로 일어났다." 다둔의 관심사는 성서를 넘어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책의 역사'를 향한다. 나데쟈 만델스탐 '기억, 희망에 대항하여', 사드 '소돔의 120일', 프란츠 파농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 조르주 소렐 '폭력론', 살만 루시디 '악마의 시'는 "권력과 폭력이 맺는 친화력과 공조 관계"를 다룬 책으로 이해된다. 권력은 언제나 폭력을 유산처럼 낳았고, 폭력이 거쳐간 자리에서 권력은 태어났다. 그런 점에서 보면 책의 역사는 '폭력을 기록한 ...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