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정말로 X는 A이고, Y는 B이고, Z는 C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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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정말로 X는 A이고, Y는 B이고, Z는 C였을까"

입력 : 2026.05.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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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이든, 한 점의 그림 앞에 멈춰선 순간이든, 또는 책의 한 대목을 읽으며 망설이는 시간이든 우리는 이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이 작품은 뭘 말하려는 거지?"

"여기에 어떤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건가?"

의미를 추출하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원적인 마음이다. 내가 간파하지 못한 뭔가가 예술의 내부에 깃들어 있다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수전 손택은 수용자의 이러한 습관에 반기를 든다. 작품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전부터 '예술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자세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그런 그의 생각은 1960년대에 집필된 전설적인 에세이 '해석에 반하여'에 수록돼 있는데, 이 책이 최근 개정판으로 출간돼 눈길을 끈다.

책에 따르면 20세기 비평가들은 예술 앞에 서면 의미부터 찾아내려는 욕망이 컸던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은 지금도 그리 다르진 않은데, 대개 예술 작품 앞에서 '코드'를 추출하려 애를 쓴다. 손택은 이를 두고 "해석이란 말을 나는 특정한 코드, 해석의 어떤 규칙들을 보여주는 의식적 행위라는 뜻으로 썼다"면서 "'X는 사실 A이고, Y는 사실 B이고, Z는 사실 C다'라는 식으로 보는 것"을 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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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안에 깃든 모든 요소를 알레고리로 치환하려는 것. 이것이 적절한가를 그는 묻고 있다.

이 글에서 손택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예로 든다. 카프카는 세 부류에 의해 파헤쳐졌다고 손택은 쓴다. 카프카의 작품을 사회적 알레고리로 읽어낸 이들은 '좌절감과 현대 관료주의의 광기'로, 정신분석학적 알레고리로 보는 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거세 불안'으로, 종교적 알레고리로 살핀 이들은 장편소설 '성'의 K를 천국에 도달하려는 자, '심판'의 요셉 K를 심판을 받는 자 등으로 읽어낸다고 봤다.

물론 손택이 해석이라는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는 "해석은 죽은 과거를 수정하고 재평가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수단이 된다"고 분명하게 쓴다. 그럼에도 작품의 향유 이전에 해석에만 골몰하는 건 작품의 파괴라고 봤다.

"존경하지 않으면서 해석을 통해 속을 파내고 그러면서 파괴한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지금껏 회자된다. "우리에게는 해석학이 아닌 예술의 성애학이 필요하다"라는 문장 말이다. 이 말은 예술 내에서 뭔가를 찾아내기 이전에, 또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의 뭔가를 짜내기 전에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 선행돼야 함을 말한다.

예술과 수용자의 거리는 언제나 멀어 보인다. 의도의 완전한 수용은 어려운 일이기에 거리를 단축하기 위한 해석은 필요하다. 그러나 해석이 향유를 앞지르는 순간에 예술은 예술이 아니게 된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책을 읽기도 전에 '결말 해석'이란 검색어부터 나돌지 않던가.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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