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을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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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을 내는 것이다"

업데이트 : 2026.04.24 17:05 닫기

책상에 자신의 몸을 묶었던 위대한 작가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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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과 '빅쇼트'를 집필한 마이클 루이스는 세상과 차단된 상태에서만 글을 썼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책상 앞에 앉아 세상을 '차단'해야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작업을 하다 보면 손바닥에 땀이 차서 키보드가 흥건하게 젖어버렸다. 아내 말로는 내가 혼자 키득거린다고도 한다."

반면 전설적인 동화작가 엘윈 브룩스 화이트는 조용한 장소에선 글을 쓰지 못했다. 가족이 주로 생활하는 거실이 그의 주된 작업실이었다. "타자기를 두드리는 와중에 카펫 청소기로 책상 밑을 밀어도 딱히 짜증이 나지 않았다"고 그는 회고한다. 누군가에겐 인위적인 정적이 글쓰기의 제1조건이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자연스러운 공간이 창작의 무대였던 셈이다.

신간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을 위한 책'은 이처럼 '정답'이 없는 글쓰기를 사유하는 책이다. 어떤 경우에도 정해진 작법이란 없으며, 그걸 안다고 해서 저절로 글이 써지는 것도 아님을 이야기한다.

물론 글을 쓰기 위해선 기술과 연습이 필수적이다. 문법과 문체, 어조와 문장 구성에 관한 기초지식은 글의 첫 단추다. 장르를 가려내야 하고 문헌을 조사하는 법도 익혀야 하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법도 숙지해야 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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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자투리 시간을 모두 모아봤자 얼마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단단한 루틴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게 된다"는 문장 앞에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시간의 상자 기법'을 들려준다. MIT에서 공부했던 한 대학원생은 이 기법으로 시간을 관리했다고 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리고 보충 작업을 하는 일요일 오전을 빼고 나머지 시간은 따로 관리했다. 일정표에 상자 모양으로 표시해 시간을 관리한 그는 학위 논문을 쓰면서도 조교 업무, 잡지사의 전속 작가 일, 개인 블로그 운영, 다른 강의 추가 수강, 집필 중인 책을 위한 자료 조사까지 해냈다.

저자들의 특이한 습관도 책은 전한다. 이사벨 아옌데는 '1월 7일'마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왜냐하면 '1월 8일'에만 집필을 시작할 수 있는 특이한 습관 때문이었다. 엘레나 페란테는 "써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질 때"만 글을 썼고, 소설가 제프리 디버는 개요 작성에 8개월이 걸려도 빈틈없는 계획 없이는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작가들이 벼락처럼 쏟아지는 영감을 얻은 후에 쓰기 시작한다는 통설은 어느덧 옛말인 듯하다. 산책 중에 몽상을 하다가 느닷없이 '이제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실제로 드물다. 오직 책상에 자신의 몸을 결박하는 자들이 한 권의 책을 내곤 한다.

스스로를 가둔 자만이 책을 쓸 수 있다. 책상은 생각이 텍스트라는 물질로 변화하는 공간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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