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총수' 논란…한·미 갈등 불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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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관련 제재 이슈가 한·미 관계를 뒤흔드는 변수로 비화한 가운데 김범석 쿠팡 의장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쿠팡은 “다른 외국 기업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김범석 '쿠팡 총수' 논란…한·미 갈등 불씨되나

23일 유통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쿠팡의 동일인 변경 여부를 포함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이르면 다음주 발표할 계획이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를 의미한다. 지배주주인 자연인이나 법인이 지정된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본인과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주식 보유 현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부과된다. 친족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거나 거래할 경우 이를 보고해야 한다. 이 같은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누락하면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쿠팡은 2021년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지난해까지 쿠팡의 동일인을 김 의장이 아니라 쿠팡 법인이라고 봤다. 미국인인 김 의장이 미국 상장 기업인 쿠팡Inc를 통해 쿠팡 한국 법인을 지배하고 있는 데다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지정하지 않는 법상 예외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11조6000억원 이상 46개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쿠팡을 포함해 포스코 농협 KT HMM 에쓰오일 두나무 KT&G 등 8개 집단의 동일인이 법인이다.

하지만 당국 안팎에선 김 의장이 쿠팡의 경영 전반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종 책임자임을 고려해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3일 성명을 내고 “공정위는 실질적 지배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팡은 이에 대해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한 에쓰오일 사례를 들어 반박에 나섰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인 AOC가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다. 아람코의 소유주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왕실이다. 만약 같은 논리로 빈살만 왕세자 등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에쓰오일 기업집단의 범위가 사우디 왕실이 투자한 다른 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쿠팡Inc의 외국인 독립이사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쿠팡 계열사가 된다.

제3국에 비해 미국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쿠팡은 “동일인 지정은 미국에 본사를 둔 미국 상장기업에 대한 이중 규제”라며 “외국계 기업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외국 자본 유치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이 동일인 지정 이슈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하면서 이 사안이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미국 연방 하원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은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보 유출 사고 조사와 과징금 부과 방침 등을 언급하며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전달했다. 외교부는 “쿠팡에 대한 조사 및 조치는 우리 국내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국적과 무관하게 비차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김대훈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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