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 주요 사업·정책에 취약점 공격 역할 부여
2년 간 1~4기 레드팀 300건 논의해 6개 안건 실행
주간보고서 금지·잔반 줄이기·일정 급변경 자제 등
레드팀 도입 취지 대비 체급 미달 지적도
“확 뒤집어보자”며 경기도가 2년 전 전국 최초로 출범시킨 레드팀이 2년을 맞았다. 경기도 레드팀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김동연표 레드팀’으로 불린다. 초기 대비 운영방식은 많이 변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수별 레드팀 활동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근무시간외 레드팀원이 만나는 시간도 월 2회로 확대했다. 지난 2년 간 1~4기 레드팀은 약 300건의 의제를 다뤄 지금까지 총 6개 안건이 채택돼 현장에 반영했다.
이같은 성과에도 채택 안건 상당수는 경기도청 내부의 일이거나, 애초 쓴소리가 불가능한 새 아이디어를 내는 식이어서 레드팀 발족 취지 대비 미흡한 성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5급 이하 실무 공무원 등 10명으로 구성된 경기도 레드팀은 지난 2022년 9월 1기 출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기가 임무를 마쳤다.
2년 전 김 지사는 “기존 관행과 생각에 기반한 경기도 전략을 새롭게 점검하고 보완하겠다”며 비상설 조직으로 레드팀을 만들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정책 등 현안에 대해 취약점을 발견해 공격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청사 1회 용품 사용 제한’, ‘양평 고물상 개 사체 관련 대책’ ,‘펜션·캠핑장 등 개인 숙박업체 물놀이시설 무료 수질검사’, ‘도청 주간업무보고서 금지’, ‘갑작스런 행사 일정 변경 자제’, ‘도청 잔반 줄이기’ 등 6개 실행 안건이 이들 손에서 나왔다.
경기도는 “레드팀은 지난 2년간 주요 정책에서 내부 조직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제를 다뤘고, 정책현장에서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3기 레드팀이 탄소중립 실현 방안으로 제안한 ‘도청 구내 식당 잔반 줄이기’는 1인당 잔반량이 34% 감소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의무 수질 검사 대상이 아닌 개인 숙박업체의 물놀이 시설도 업주가 원하면 무료 수질검사가 가능하도록 해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검사에 동의한 펜션·캠핑장 등 106개 업소가 무료 수질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레드팀이 다루는 의제가 애초 기획된 방향에 미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레드팀 제안으로 실행된 사업 내용을 보면 반대 의견을 내기가 어려운 제안식 아이디어와 경기도청 내부에 국한 되는 제안이 다수여서 도민이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제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기 레드팀(2023년 1~6월)은 지난해 3월 경기도 양평군 한 시골주택에서 1200마리의 개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자, 번식장과 반려동물 경매장 등에 대한 전수조사와 입양 문화 캠페인을 제안해 실행에 옮겼다. 신속한 조치였지만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에 추가 피해와 재발 방지를 위한 관계 당국의 전수 조사와 캠페인은 도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일 뿐, 레드팀 성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도 내부에서도 “도청내 관련 부서간, 노사간 회의 등으로 얼마든지 추진 가능한 안건이 레드팀을 통해 다뤄지고 있는 면이 없지 않다”면서 “이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역할을 보장하고 수용할 수 있는 도지사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고양시 숙원 사업이었던 CJ라이브시티 사업 협약 해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용수·전력 공급 문제 등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적극 활용해야 도민 공감 정책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정책에 대한 과감한 비판과 제언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문화가 행정 전반에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