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1사 1, 2루에서 SSG 최준우가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오히려 제가 죄송했어요.”
SSG 랜더스 최준우(26)는 지난해 11월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구단 유망주 캠프에서 야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기세를 몰아 2월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차례로 치러진 1군 스프링캠프에서도 야수 MVP에 올랐다.
이숭용 SSG 감독이 최준우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실제로 이 감독은 “(최)준우가 정말 열심히 한 게 보였다”며 그를 개막 엔트리에 포함했다.
최준우가 개막 엔트리에 든 것은 2022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전역 이후 주전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던 최준우도 올 시즌에는 남다른 기대를 품을 만했다.
다만, 개막 엔트리 승선이 1군에서 기회까지 보장해주진 못했다.
최준우는 지난달 2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대타로 1타석을 소화했을 뿐이다.
말소 당시에도 그날 선발등판한 박종훈을 콜업하느라 어쩔 수 없이 한 명이 퓨처스(2군)리그로 가야 했는데, 그게 하필 최준우였다.
이 감독은 “준우에게 충분한 기회를 못 주고 내려보내게 돼 마음이 정말 무겁다”고 아쉬워한 뒤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훗날 1군에 다시 부르면 반드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제로 이 감독은 6일 인천 KT 위즈전을 앞두고 최준우를 다시 1군에 불렀다.
말소된 뒤 채워야 할 최소 기한인 열흘만 채우게 하고 곧장 콜업한 것이다.
20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2사 2루에서 적시타 때 SSG 최준우가 득점 후 동료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다만, 이번에는 한 차례 템포가 끊긴 최준우가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콜업 이후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3경기에선 선발출전의 기회를 받고도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후 19일 인천 LG 트윈스전까지 6경기(선발 1경기)에선 7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이 기간 팀도 덩달아 하향세를 타는 바람에 난세 영웅이 더욱 필요해졌다.
그리고 팀의 연패 탈출이 몹시 간절해졌을 때, 활약을 벼르던 최준우가 바로 난세의 영웅이 됐다.
최준우는 20일 인천 LG전에서 홈런을 포함한 3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러 팀의 9-3 승리에 앞장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6연패에 빠졌던 SSG도 최준우의 활약에 힘입어 다시 한번 상위권에 오를 힘을 얻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최준우는 ‘개막 후 닷새 만에 말소돼 아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보다 감독님께서 다시 기회를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오히려 더 컸다”고 답했다.
이어 “감독님이 연습할 때도 ‘이제 장난은 그만 치고 한번 보여주라. 준우야’라고 기분도 풀어주셔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보여드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2루에서 SSG 최준우가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린 후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날 경기에는 최준우에게 의미 있는 장면이 많았다.
그 중에는 2020년 7월 1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1744일 만에 나온 홈런도 있었다.
최준우는 “원래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홈런이 나왔을 때 조금은 울컥했다”고 돌아봤다.
전역 후 2년간 채우지 못했던 기대를 이제는 모두 충족하겠다는 의지도 동시에 커졌다.
최준우는 “지난 2년간 반성도 많이 했다. 잘못된 점, 부족한 점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올 시즌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며 “오늘(20일)을 기점으로 계속 잘해나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인천|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