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1분기 ‘어닝 서프’
싼 가격에 산 기름 비싸게 판 ‘래깅효과’ 영향
모회사 아람코 협력해 원유 공급 안정성 유지
에쓰오일 “일시적 현상으로 유가 내려가면 실적↓”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2311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1일 공시했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은 영업손실 215억 원이었지만 무려 1조2500억 원이나 수익을 확대한 것이다. 직전 분기(3719억 원) 대비로도 3배 이상 증가한 실적이다.
에쓰오일 측은 이번 실적 대부분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효과와 래깅효과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재고 관련 효과 규모만 6434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래깅효과는 저가에 확보한 원유를 시차를 두고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이익을 의미한다. 국제유가 급등 시 정유사는 기존 재고만으로도 큰 폭의 평가이익과 판매마진 확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리터당 2000원 수준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정유사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셈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유가는 정유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반영된 이익 상당 부분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장부상 재고 가치가 높아진 영향으로 향후 유가가 하락하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판매 확대만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아니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회계상 효과 성격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취지다.실제로 에쓰오일 정유부문이 실적 주도… “싸게 산 원유 비씨게 판 효과”
특히 이번 분기 실적은 정유부문에 집중됐다.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1조390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약 84%를 차지했다. 반면 석유화학부문은 255억 원, 윤활기유부문은 1666억 원에 그쳤다. 사실상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정유사업 수익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셈이다.
중동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심화된 상황에서도 에쓰오일은 원유 공급 안정성을 유지했다고 강조햇다.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와의 장기 구매계약 및 관계사 바흐리(Bahri)와의 장기 운송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원유 도입과 공급망 확보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전쟁으로 인해 국내 원유 수급이 불안정하고 이로 인해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원론적인 개념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최근처럼 공급 불안 상황에서도 원유 도입을 차질 없이 운영한 것은 회사 경쟁력 차원“이라며 ”국제 원유가격 상승과 별개로 공급망 자체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설명만으로 소비자 불만과 초과이익 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에쓰오일 측은 재고 관련 이익 상당 부분이 회계상 효과 성격이라고 설명했지만, 동시에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만큼 단순한 ‘장부상 착시’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재고효과를 제외한 실질 수익 규모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원유 조달 안정성 논리 역시 비슷한 비판을 받는다. 에쓰오일은 장기 계약 기반 공급망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조달 경쟁력이 존재했다면 그 혜택이 소비자 가격 안정에도 일부 반영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안정성은 실적 개선 근거로 내세우면서도 판매가격 인하로는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 체감과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판매가격 논란에 대해서도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부 최고가격제 상한선보다 낮은 수준에서 판매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가격 제한 정책과 관련한 문제는 없었다“면서 ”국제유가가 단기 조정을 받았던 시기에도 실제 평균 도입단가와 환율, 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원가 부담이 높은 구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유업 특성상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판매가격에 즉각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언급한 ‘정부 최고가격제 상한선 이하 판매’가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은 국제유가 하락 국면에서도 리터당 20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오피넷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4월 초 리터당 1916원 수준에서 국제유가 조정 이후에도 1990원대를 거쳐 2000원선에 근접했다. 법적 상한선 준수 여부와 별개로 소비자 부담이 실제로 완화됐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제유가가 단기 급락했던 시기에도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 속도는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상한제 준수만으로 초과이익 논란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유사업 특성상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초과이익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유가 급락 시에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에쓰오일 역시 2분기 전망 자료를 통해 향후 유가 하락 시 재고 관련 손실 및 래깅효과로 인한 영업이익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실적을 계기로 고유가 부담은 소비자와 산업계가 떠안고, 정유사는 가격 급등 국면에서 수익성을 확대하는 구조적 문제 역시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 상승 부담은 소비자와 제조·물류업계에 집중된 반면, 정유업계는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 국면 속에서 실적 호황을 이어가는 모습이다.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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