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 경쟁력 갉아먹는 법인세율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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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업 경쟁력 갉아먹는 법인세율 인상

2026년도 세출 예산안을 보면, 이재명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혁신 경제와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확장 재정 편성의 명분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세입 예산안을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예산 부수 법안인 세법 개정안은 가계의 세금은 줄이면서 기업만 증세하는 구조로 법인세율 인상, 금융·보험업 교육세율 인상 등이 핵심을 이룬다. 확장 재정으로 경제 도약을 추구한다면, 세법 개정안에도 성장 친화적 조치를 담는 것이 정상적인 정책 조합이다. 그러나 세출은 기업 활성화를 표방하면서 세입은 기업 증세로 채워진 ‘짝짝이 예산안’이 편성됐다.

초혁신 경제 도약이란 포장 속에 기업 세금 올리기만 담긴 이번 예산안으로 저성장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특히 인하한 법인세율을 다시 올린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 투자 결정과 경영 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법인세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통상 마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성장동력 회복을 요원하게 하는 실책이다.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 회복, 그리고 혁신 경제 도약을 위해 법인세율 인상은 재고돼야 한다.

정부는 기업 조세 정책의 핵심인 법인세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를 가계와 기업 간 경제력 조정이나 소득 분배 수단으로 보는 시각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다. 기업의 이익은 궁극적으로 주주의 몫이 되는 자본 수익이다. 과거에는 주식 투자자 대부분이 부유층이어서 법인세가 곧 부자의 세금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오늘날엔 중산층을 넘어 경제적 취약계층과 젊은 세대까지 광범위하게 증시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법인세 인상을 부유층 과세 강화나 소득 격차 해소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학계는 과거부터 법인세가 소득 형평성 개선을 위한 효과적 수단이 아니라고 지적해왔다. 법인세는 파급 경로가 복잡해 주주는 물론 근로자와 소비자 후생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업의 수익은 생산 활동에서 비롯된 부가가치며 국내총생산의 중심축이다. 이는 금융 자산 및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소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세제 설계에서도 구별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통해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려 했던 이유다.

인구 고령화와 경제 저성장 속에서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성장 역량 제고다. 기술 개발, 규제 개혁, 그리고 경쟁국보다 나은 법인세 환경 조성을 통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법인세율을 요동치게 만들기보다 본격적인 증세가 불가피해져 가계와 기업 모두의 세 부담을 늘려야 할 시점까지는 방만한 조세 감면을 정비해 세원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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