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개편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조정 기간이 길어지며 금융 정책 콘트롤타워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금융권은 정책 기능이 약화되고 감독 권한만 강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보고한 금융당국 개편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국정기획위 안은 대통령 공약과 궤를 맞춰 금융위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옮겨 해외 금융 정책 기능과 합치고, 감독 기능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밑에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를 두는 형태로, 사실상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금융 정책 부분을 하나로 모으자는 게 대통령 정책 방향”이라며 “이 방향대로 충실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금융위와 한은, 금융계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들으며 정리하는 중이며, 방향은 (결과 발표가) 임박해서 나올 것”이라면서도 “타임라인을 정확히 정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조정할 의견이 남아 있고, 정리가 되고 나서는 관계 기관과 협의 절차를 거쳐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이 늦어지며 각 기관별로 주도권을 차지 하기 위한 기싸움 치열하다. 금감원은 의견 취합과정에서 금소원 신설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이 분리될 경우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소원이 맡을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하기보다는 금감원 내에서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창용 총재가 나서 금융사 감독권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창용 총재는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 2층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ADB-BOK-JIMF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직접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 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중앙은행 거시건전성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국정기획위에 '개별 금융사 재무 상태와 내부 통제 수준 직접 점검 권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은이 거시 리스크 관리 역할에 그치지 않고 개별 금융기관 건전성을 직접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각 과정에서 해체가 유력했던 금융위는 '6.27 부동산 대책'으로 대통령 공개 칭찬을 받은 이후 광폭 행보에 나섰다. 17일에도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대거 쏟아내며 3시간 가까이 마라톤 현장 토론을 진행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금융위원회는 8월까지 소상공인 금융애로 해소를 위한 주제별 릴레이 간담회, 소상공인연합회·금융권과 함께 찾아가는 지역간담회(8월중) 등을 지속하며 금융지원 방안을 다듬을 계획이다.
금융산업 현장에서는 현재 개편안이 금융감독에 대한 기능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우려한다. 기재부 안에 일부 조직으로는 다양한 현안이 있는 금융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감독과 정책 기능이 분리되며 시너지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 '감독기능 강화'라는 결과만 돋보일 것이라는 우려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금융감독원에서 금소원이 독립하면 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금융투자업은 혁신 사업에 적극적인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생기니 (새 정부에서) 잘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은행권은 차기 회장 연임 레이스가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만큼 신중 모드지만,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 정책은 '증시 활성화' '상생금융' '금융업계 검사권 강화' 세 가지 정도만 보인다”면서 “은행의 비이자이익 강화, 글로벌 진출, 가상자산 산업 가이드라인 등 금융산업 발전 현안을 위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데, 현재 개편 방안이 이를 제대로 담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