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10년 앞둔 ‘시진핑표 계획도시’
베이징 과밀 해소가 목적… 2017년 발표, 2035년 완공 예정
習, 9년간 4차례 방문… 선전 개발한 덩샤오핑 등과 비교
일부 국영기업 이전 등에도 상주인구 증가는 더딘 편

도시를 가로지르는 핵심 간선도로인 옌자오(燕趙)대로에 들어서니 양쪽에 늘어서 있는 수십 대의 대형 크레인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허허벌판 곳곳에 펼쳐진 공사 현장에는 콘크리트 골조 작업이 끝나 형태를 갖춘 건물들이 많았다. 빠르면 내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베이징임업대, 중국지질대, 베이징교통대, 베이징과학기술대 등 슝안신구 내 4개 대학 캠퍼스 역시 건물 외벽 마감,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일요일이었음에도 안전모와 작업복을 갖춘 근로자들이 곳곳에 가득했다.》
슝안신구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상업·주거 지역 룽둥(容東)에는 현대식 대형 빌딩들이 즐비했다. 식당, 관공서, 대중교통 등 도시 인프라도 상당 부분 갖춰진 모습이었다. 홍콩에서 이곳까지 관광차 들른 중년 일행들은 ‘천년대계’와 ‘미래도시’라는 글자가 앞뒤로 새겨진 대형 조형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다만 상주인구가 적은 탓인지 길거리와 상점은 매우 한산했다.
●習, 올 3월도 슝안신구 방문
중국 국무원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를 맞이한 2017년 4월 허베이성의 농촌 지역인 슝현, 룽청, 안신현을 묶어 슝안신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이 점점 비대해지면서 집값 급등, 교통 과밀, 각종 인프라 부족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 외교, 군사 등의 핵심 시설은 베이징에 남겨둔 채 주거, 행정, 산업 등 상당수의 자원을 슝안신구로 옮겨야 한다는 취지로 2035년까지 200만∼250만 명의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했다.중국 당국이 밝힌 슝안신구의 전체 면적은 1770㎢. 서울의 3배 크기다. 2025년 말 기준 이중 약 215㎢가 개발된 상태다. 현재까지 최소 1조 위안(약 220조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슝안신구는 중국의 주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일반적인 도시 계획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대형 사업이다. 주요 관영 매체들은 개발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내린 중대한 역사적 전략 선택”이라고 추켜세웠다. 베이징의 기능을 분산한다는 목표 자체가 시 주석의 결정과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슝안신구가 ‘시진핑 도시’로 불리는 이유다.
시 주석을 포함해 중국 지도자들은 특정 도시의 개발과 밀접한 인물들이 많다. 1980년대 개혁개방 노선을 펼친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남부의 작은 어촌 마을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현재 선전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종종 비교되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혁신 도시가 됐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또한 상하이 푸둥을 세계적인 금융 및 경제 중심지로 키워냈다.
시 주석은 올 3월 23일에도 슝안신구를 직접 시찰하고 좌담회를 주재했다. 이 시찰에는 권력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차이치(蔡奇)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丁薛祥) 부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3명이 함께했다. 시 주석과 중국 수뇌부가 슝안신구에 얼마나 큰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시 주석은 슝안신구 건설 계획이 발표된 2017년부터 이날까지 총 4차례 슝안신구를 찾아 이 도시의 성공적인 건설이 자신의 치적과 연결돼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도 “슝안신구 건설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은 완전히 옳다”며 베이징의 기능 분산이 꼭 필요하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현지 관리들에게도 사업의 완수를 위해 “온몸을 던지라”고 촉구했다.
●中, 첨단도시 구축 총력
허베이일보는 최근 슝안신구 개발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면서 “국영기업 건물들이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화능그룹, 중국화학공업그룹, 중국위성네트워크 등 주요 대기업의 본사가 이곳으로 입주했다. 중국광물본부 건물 또한 구조물 공사를 끝내고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 당국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 모델을 그대로 옮겨 슝안신구 중관춘 과학기술원을 만들었다. 베이징과 허베이에 있는 우수한 스타트업들을 유치하는 게 목적이다. 이곳에 입주하는 창업 기업들에는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중국위성네트워크를 필두로 한 항공우주정보산업 클러스터 또한 슝안신구 내에 조성되고 있다. 당국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시티 관리체계 또한 도시 전체에 적용할 계획이다.
슝안신구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길에 직접 고속도로를 이용해 보니 주황색 점선으로 1차선을 구분해 놓고 있었다. 올 3월부터 무인 자동차 테스트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매체들은 해당 도로를 이용한 화물차의 자율주행 테스트 누적 주행거리가 3만 km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베이징교통대 등 슝안신구로 캠퍼스를 이전할 4개 대학 측도 지난달 말 공사 진척 상황과 개교 준비 계획을 설명한 상태다.
●상주인구 증가 더뎌 한계
하지만 빠르게 갖춰지고 있는 도시 인프라에 비해 슝안신구의 상주인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면서 공사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까지 겹치면서 국영기업들의 본사 이전과 인구 유입도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직접 둘러본 결과 행인이 많지 않고 곳곳에 나대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룽둥 내 베이징 인민대학병원 부설병원이라는 간판이 있는 건물 1층에 들어가 보니 건강검진센터가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 오가는 환자나 의료진은 거의 없었다. 또 찾아오는 사람이 드문지 안내 데스크도 비워져 있었다. 호텔 1층에 마련된 생맥줏집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는 푯말과 함께 자물쇠로 문이 걸어 잠겨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슝안신구의 인구는 약 140만 명. 2035년까지 200만∼250만 명을 만들겠다는 당국의 목표치에 아직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또 중국 당국이 국영 기업의 본사나 주요 대학의 캠퍼스는 이전하라고 압박할 수 있어도 민간 기업과 자본의 이동은 자발적 유인이 있어야 움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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