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美-中사이 셈법 복잡… 국내 업체들은 기회 보며 틈새 노려

2 weeks ago 2

中겨냥 美생물보안법 여파에
“美협회 탈퇴” “中손절” 갈려

올해 초 미국이 내놓은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미중 힘겨루기에 끼인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거나 중국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등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을 관망하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제약이 최근 미국 최대 바이오 무역 협회인 ‘바이오(BIO·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 탈퇴를 결정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에 대해 말을 아끼던 BIO가 3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다케다제약은 특별한 설명 없이 “BIO 회원 자격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케다제약이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미국 국민의 유전자 정보 및 지식재산권(IP)을 막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다. 이 법안에는 중국의 바이오 기업 4곳(우시앱텍, 베이징게놈연구소, MGI, 컴플리트 제노믹스)과의 거래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생물보안법에 적시된 중국의 우시앱텍을 포함해 글로벌 제약사 UCB, 화이자, 다케다까지 총 4개 회사가 BIO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BIO를 탈퇴하는 것이 미국 정부에 등을 돌리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중국 시장을 의식한 결정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케다제약은 최근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아시아 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화이자는 중국에 출시한 제품만 80개가 넘는다.

반면 중국과의 ‘손절’을 선택한 기업도 있다. 노바티스의 해리 커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3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노바티스는 잠재적인 미국 규정(생물보안법)에 완전히 일치하도록 중국 기업과의 계약 관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도를 택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시장에 납품하는 의약품을 각각 따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셈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노바티스와 같이 중국과 계약을 다시 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날 경우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맡던 생산 물량을 국내 기업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노바티스와 약 5000억 원 규모의 CD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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