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 칠레 천문대로 이전 설치
하늘의 미세한 밝기 변화 포착해… 은하 구조-암흑물질 흔적 등 연구
기존 칠레 망원경보다 시야 넓고… 빛 손실 최소화해 영상 품질 균일
한국 극미광 관측 세계 최고 수준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1세대 망원경 2기를 다음 주 칠레 엘 사우세 천문대로 운송해 11월 중순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전은 본격적인 극미광 전천(全天) 탐사의 첫 단계다. 극미광 전천 탐사는 밝은 별처럼 빛나는 작은 천체가 아닌 하늘 배경의 미세한 밝기 변화를 포착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고종완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극미광은 멀리 있는 별을 보는 게 아니라 가까운 호수 표면의 잔물결을 살피는 일과 비슷하다”며 “하늘을 얼마나 넓고 균일하게 담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드리프트 1세대(G1)는 구경 50cm, 시야 19.6제곱도로 보름달 100개가 한꺼번에 들어갈 만큼 넓은 하늘을 한 번에 담는다. 빛의 경로를 비스듬히 틀어 중심 구조물이 빛을 가리지 않게 한 ‘비축 자유곡면(Off-axis Freeform)’ 설계로 빛 손실을 최소화해 균일한 영상 품질을 유지한다.올 6월 첫 관측에 성공한 칠레 소재 베라 루빈 천문대의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은 주경 8.4m, 시야 9.6제곱도로 남반구 하늘 전체를 수일 간격으로 반복 촬영해 시간 변화 천체를 탐사한다.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이 ‘밝은 우주의 시간 변화’를 깊게 본다면 K-드리프트는 구경은 작지만 시야가 두 배 이상 넓어 ‘어두운 우주의 공간 구조’를 넓게 보는 망원경이다.
천문연은 2021년 경북 영천 보현산 천문대에서 구경 30cm 시험기 ‘패스파인더(Pathfinder)’로 약 5350만 광년 거리의 나선은하 ‘NGC 5907’의 극미광 구조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얻은 결과는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설치된 구경 8.2m ‘일본 스바루 망원경’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성과를 토대로 개발된 K-드리프트 1세대는 구경을 50cm로 키우고 시야를 넓혔다. 올해 6월 달과 안드로메다은하를 대상으로 첫 시험 관측을 마쳤으며 관측 여건이 뛰어난 칠레 엘 사우세 천문대로 이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극미광 탐사를 본격 시작한다. K-드리프트 1세대는 3대가 제작됐지만 이번에는 2대만 엘 사우세 천문대에 설치된다. 나머지 1대의 추가 배치는 예산과 운영 상황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K-드리프트가 적용한 비축 자유곡면 설계는 최근 우주망원경 분야에서 주목받는 핵심 기술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올 3월 발사한 근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 역시 같은 구조의 광학계를 사용해 우주의 진화와 은하 형성의 흔적을 관측하고 있다. 천문연은 2022년 우주 환경을 재현한 극저온 진공 체임버를 만들어 스피어엑스의 광학·분광 성능 시험을 도왔다.
고 책임연구원은 “스피어엑스가 20cm급 광학계를 사용한다면 우리는 지상에서 이미 50cm급 시스템을 검증했다”며 “지상에서 확보한 이 기술을 바탕으로 우주망원경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K-드리프트를 세 단계로 발전시키는 자체 계획을 마련했다. 올해 칠레에서 지상 전천 탐사를 시작하는 1세대에 이어 2027∼2028년에는 관측 로켓을 이용한 2세대 관측 실험, 2031년에는 궤도형 우주망원경 3세대를 구상 중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K-드리프트가 향후 한국형 우주망원경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극미광
매우 약한 빛 또는 육안이나 일반 광학 장비로는 거의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빛이다. 천문학에서는 초기은하, 은하의 외곽 구조 등 아주 어두운 천체에서 나오는 미세한 광자 신호를 말한다.
대전=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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