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회의 중 '고릴라 그림' 삼매경…반복되는 '딴짓'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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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28 20:19 수정2025.10.28 20:19

국정감사 중 고릴라 그림을 그리는 유영하 의원/ 사진=유튜브 '미디어몽구' 캡쳐

국정감사 중 고릴라 그림을 그리는 유영하 의원/ 사진=유튜브 '미디어몽구' 캡쳐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 도중 고릴라를 그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따라 과거 국회 회의 중 '딴짓 삼매경'에 빠진 의원들의 역사도 재조명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의원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노트북 화면에 고릴라를 띄워 놓고 이를 따라 그렸다.

당시 포착된 장면에는 여러 사진 가운데 고릴라 캐리커처 이미지가 크게 떠 있고, 유 의원은 이를 보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연필을 바꿔가며 정성스럽게 색칠까지 했다.

유 의원은 '왜 고릴라 그림을 그렸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안하다",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딸 결혼식 축의금 관련 메시지 보는 최민희 과방위원장. 사진=연합뉴스/서울신문 제공

딸 결혼식 축의금 관련 메시지 보는 최민희 과방위원장. 사진=연합뉴스/서울신문 제공

의원들의 '딴짓 삼매경'은 오랜 역사를 두고 반복되고 있다. 패턴은 크게 모바일 게임, 쇼핑이나 검색, 주식 거래, 낙서 등이다. 대다수는 사과나 해명으로 일단락되지만, '주식 거래'처럼 이해 충돌의 소지가 제기될 경우 큰 논란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당장 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딸 결혼식 축의금 관련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신문이 보도한 메시지에는 딸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보낸 이들의 소속 기업이나 기관, 액수 등이 정리돼 있었다. 이는 '뇌물죄'나 '김영란법' 등 관련 법령 저촉 소지가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 '딴짓'이 크게 비화한 사례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모(某)-이모'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던 김남국 전 민주당 의원이 있다. 김 전 의원은 회의 도중 '코인 거래' 딴짓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15차례, 법사위 국정감사 도중 26차례,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 중에도 7차례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8월 25일 김남국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2023년 8월 25일 김남국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11월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휴대전화로 체스 게임을 하는 모습이, 같은 해 10월에는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주말 골프 약속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었다.

대놓고 졸음을 참지 못하거나 대놓고 잠을 자는 모습을 보였던 이들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았고, 본회의 도중 한자 공부를 하던 의원, 휴대폰 게임을 하던 의원 등도 있었다.

2015년 국정감사 시즌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스마트폰으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 사진을 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잘못 눌렀다"는 취지로 해명했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딴짓 논란'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회의장에서 딴짓이 끊이지 않는 건 '걸려도 괜찮다'는 학습효과 때문 아니겠나"라며 "기술 환경이 바뀐 만큼 스마트폰 등 기기 사용에 대한 내부 통제와 윤리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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