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2년 만에 재공연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이 다음달 7일부터 14일까지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을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023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한 뜨러운 호응에 힘입어 2년 만에 무대에 다시 오른다.

국립극장은 14일 대표 레퍼토리인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공연 일정을 이같이 공지했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을 우리 고유의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역대 국립창극단 작품 중 가장 많은 62곡의 음악을 구성해 풍성한 음악의 향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니스와 상인들'은 주인공 안토니오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며 벌어지는 원작의 중심 서사는 따라가되, 종교적·인종적 편견은 걷어내고 현대 자본주의를 중첩시켜 동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각색했다. 원작 제목에 복수형 '들'을 붙여 베니스 젊은 상인들의 연대와 사랑, 우정을 담아냈다.

원작의 희극성은 우리 소리의 해학과 풍자와 만나 더욱 극대화된다. 창극 '리어',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 참여한 한승석이 작창(판소리 장르 속 작곡)을, 대종상영화제 음악상을 네 차례 수상한 원일이 작곡을 맡았다. 국악기에 아이리쉬 휘슬·마림바 등 이국적인 서양악기를 사용하고, 전통 창극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전자음악과 파격적인 비트까지 접목해 진취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편곡은 음악감독 한웅원이 맡았다.

무대 연출도 압도적이다.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약 3만 송이의 꽃, 6m 크기의 대형 범선과 거대한 돛대, 한국 전통 재료에 이탈리아 레이스를 덧대는 등 독창적이고 화려한 의상이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는 제31회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무대미술가 이태섭을 필두로 최보윤 조명디자이너(제54회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 수상), 차이킴 의상디자이너 등이 합세했다. 안무가 이경은은 개성 있는 움직임을 살린 다채로운 군무로 관객의 흥을 돋운다.

안토니오와 샤일록 역은 초연에 이어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유태평양과 김준수가 각각 다시 한번 맡았다. 환상의 섬 '벨몬트'의 주인이자 지혜로운 여인 포샤 역은 민은경,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 바사니오 역은 김수인, 부패한 판사 디에고 역은 서정금 배우가 연기한다. 이외에도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한 총 48명의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시원한 소리와 익살스러운 연기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