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은 제 인생에서 다시 한번 뜨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국립발레단과 함께한 모든 순간,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직원·단원들과 관객 여러분께 오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58·사진)이 오는 4월 퇴임한다. ‘동양인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세계적인 발레 스타에서 예술행정가로 변신했던 그는 이제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은 26일 강수진 7대 단장 겸 예술감독이 오는 4월 4일자로 퇴임한다고 밝혔다. 2014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강 단장은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 후임으로 7대 단장에 임명됐다. 이후 국립 예술단체 수장 가운데 처음으로 4연임에 성공해 10년 넘게 발레단을 이끌었다. 강 단장은 퇴임 후 서울사이버대 문화예술대 교수로 강단에 선다.
1979년 선화예중 1학년 시절,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발레에 입문한 강 단장은 하루 15시간이 넘는 고행에 가까운 연습을 견디며 세계가 인정하는 발레리나로 거듭났다. 1986년 만 18세 나이로 세계적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역대 최연소이자 동양인 최초로 입단해 2016년까지 30년간 무대를 누볐다. 울퉁불퉁한 굳은살로 뒤덮인 두 발은 현역 시절 그의 끈기와 열정을 증명하는 대표 사진. 무대 위에선 한 마리 나비처럼 우아하게 날아오르지만, 정신력은 강철처럼 단단하다는 의미로 ‘강철나비’라고 불리기도 했다.
강 단장은 1999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거머쥐었다. 2007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로부터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부여되는 ‘캄머탠처린(궁중 무용가)’ 칭호를 받았다.
강 단장이 국립발레단을 이끈 지난 12년은 변방에 머물던 K발레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황금기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취임 당시만 해도 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작지 않았다. 발레리나 경력은 누구보다 화려하지만 행정가로서의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과 헌신은 무대 위에서 그치지 않았다. 강 단장은 조지 발란신의 ‘주얼스’, 존 크랭코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유명 안무가들의 레퍼토리를 확보해 국내에 소개하고 국립발레단의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강 단장은 국립발레단의 자체 레퍼토리를 확충하는 데도 주력했다.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운영한 지난 10년간 안무가 25명이 65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레퍼토리로 정착한 ‘해적’은 독일, 스위스 유수 극장에 초청돼 K발레의 독창성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민간 후원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데도 힘썼다. 그 결과 2014년 5000만원에 그친 후원 수입금은 지난해 4억300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강 단장은 공연장을 떠난 뒤에도 한국 발레의 미래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는 “소외된 지역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는 꿈나무들에게 제 경험이 작은 등불이 되길 바란다”며 “사회 곳곳의 미래 세대를 위한 멘토 역할에 전념하며 예술가로서 받은 성원을 보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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