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랑’의 김한민 감독(가운데)이 지난 8일 일본 지바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6’을 찾아 일본 관객과 만나고 있다. CJ ENM 제공
“인간과 인공지능(AI)이 서로에게 어떤 영감을 받고, 그 속에서 전혀 다른 어떤 새로운 세계관, 새로운 영화의 형식이 분명히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명량’으로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역대 최고 흥행 기록(1761만 명)을 갖고 있는 김한민 감독(57)은 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6’(KCON JAPAN 2026)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K-시네마 쇼케이스’에서 일본 관객들과 만난 그는 영화 작업에서 AI 활용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면 더욱 빠르게 주객이 바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감독이 실제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찍는 분량이 훨씬 많지만 앞으로는 AI로 제작되는 장면들이 더 많아지고 실제로 찍는 촬영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어느 순간에는 전혀 현장 촬영이 필요 없는 그런 단계까지도 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지난 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6’의 행사장 전경. 가운데 ‘올리브 영 페스타’ 부스가 보인다. 지바=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그러면서 그는 “(AI를 통한) 어떤 양적인 변화가 결국은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텐데 그때는 기획력과 메시지가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며, 영화의 또 다른 질적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상상하기가 힘들지만 한번 상상해보자면 언젠가 감독이 필요 없고, 배우가 필요 없는 그런 또 다른 어떤 세계에서의 영상 콘텐츠들이 인간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하는 부분까지도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김 감독은 “어떤 분들은 AI가 굉장히 부정적인 어떤 디스토피아를 가져다주는 쪽으로 얘기하고, 산업계 쪽에서는 낙관적인 시각이 많다”면서 “개인적으로는 AI가 가는 방향성은 우리가 의미를 두고 규정한 대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6’의 농심 너구리 라면의 행사 부스 앞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있다. ‘대기 시간 30분’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지바=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김 감독은 내년 개봉을 목표로 ‘칼: 고두막한의 검’을 지난 3월부터 촬영하고 있다. 고구려 패망 직후인 668년 요동성을 배경으로, 기억을 잃고 노예가 된 한 남자가 전설의 검을 건 검투 대회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김 감독은 “내년 8월 정도에 일본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때는 주연 배우인 박보검, 주원 등과 함께 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6’ 행사장 내에 ‘소떡소떡’ ‘냉면’ 등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상점 앞에 많은 방문객들이 구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지바=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김 감독이 참여한 일본 관객과의 대화는 CJ ENM이 8일부터 10일까지 마쿠하리 멧세에서 연 ‘케이콘 재팬 2026’의 부대 행사로 열렸다. 이번 행사는 K-팝은 물론 K-뷰티, K-푸드, K-스토리까지 아우르는 복합 문화 행사로 꾸며졌다. 이번 행사에 사흘 동안 12만 명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케이콘은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처음 시작됐고, 일본에서는 2015년 사이타마에서 처음 열렸다. K-팝 공연 중심이었던 이 행사가 10년을 넘기며 한국 문화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 축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