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3일 서울시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처음 소개받았던 때를 회상하며 "(오 시장이) 제 얼굴이 배신·배반형이라 안 만나겠다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명 씨는 이날 오 시장을 처음 만난 계기를 묻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김무성 전 대표가 여의도에서 주최한 자리에 갔을 때, 김영선 전 의원이 오 시장을 소개하려 하자 ‘얼굴이 배신·배반형이라 안 만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명 씨는 이후 2020년 12월 9일 김영선 전 의원의 주선으로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인근에서 오 시장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는 "그날 오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김영선 전 의원과 함께 만난 뒤, 오후에 오 시장을 만났다"며 "그 뒤 2021년 1월 8일, 오 시장이 김영선 의원에게 ‘명태균 회장을 소개해달라, 만나고 싶다’는 문자와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때 오 시장이 ‘그분(명태균)을 꼭 만나고 싶다’며 직접 연락해왔다"며 "이후 일곱 차례 이상 만나고 통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1월 20일에는 송셰프라는 식당에서 40~50분간 대화했고, 22일에는 '나경원이 이긴 여론조사가 나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 시장의 후원회장이었던 김한정 씨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해서는 재차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명 씨는 "오 시장이 직접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지시했다"며 "김한정 씨가 3300만원가량을 대신 냈다"고 주장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미래한국연구소를 사실상 본인이 운영한 게 아니냐"고 묻자 명 씨는 "남의 회사를 내가 어떻게 아느냐"며 언성을 높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평소 쉽게 흥분하는 것으로 알려진 명 씨는 이날 시종일관 의원들의 발언을 끊거나 중언부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권칠승·이해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은 “충분히 시간을 드릴 테니 목청을 높이거나 흥분하는 모습은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다음 달 8일 오전 9시에 각각 소환해 대질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명 씨 관련 질문에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