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걸렸으면 파문·사형감…미켈란젤로가 수백년 숨긴 진실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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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걸렸으면 파문·사형감…미켈란젤로가 수백년 숨긴 진실 [Book]

입력 : 2026.05.17 06:08

미켈란젤로의 작품 ‘아담의 창조’.  그림 오른편 신과 천사를 감싸고 있는 둥근 배경은 인간의 뇌 단면과 일치한다.

미켈란젤로의 작품 ‘아담의 창조’. 그림 오른편 신과 천사를 감싸고 있는 둥근 배경은 인간의 뇌 단면과 일치한다.

로마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 중앙을 장식한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 ‘아담의 창조’에 깃든 비밀 하나가 그림이 탄생한 지 수백 년이 지난 1990년에서야 베일을 벗었다. 그림 오른편에 위치한 창조주와 천사를 감싼 둥근 배경이 인간의 뇌 단면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사체를 직접 해부하며 인체 구조에 대한 지식을 갖췄던 미켈란젤로는 왜 성화(聖畫) 속 신의 형상을 인간의 뇌 속에 그려넣은 것일까.

미술사가 안나 가브리엘르와 윌리엄 케인 보스턴칼리지 영문학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 신간 ‘명화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는 도발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오직 신만이 창조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카톨릭 교회의 위세 속에서도 진정한 창조의 원천은 ‘인간의 지성’에 있다는 메시지를 일부러 그림 속에 표현했다는 것이다.

책은 ‘아담의 창조’를 도발적으로 해석한 방법과 유사하게 르네상스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했던 화가 22명의 걸작 89점에 깃든 비밀을 파헤친다.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역이용하거나 새로운 기법을 활용해 자신의 의도와 욕망을 ‘비밀 메시지’처럼 드러냈던 당대 화가들의 일화가 촘촘히 담겼다.

책에 따르면 미술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수께끼인 명화 모나리자의 ‘모호한 미소’는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의도한 결과물이다. 정확히 초첨을 맞출 수 있는 시야 각도가 극히 좁은 인간의 한계를 작품에 일부러 활용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모나리자의 미소는 입에 초점을 맞출 때보다 다른 곳을 볼 때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근대에 와서야 연구되고 정립됐던 인간 시신경의 구조를 다빈치는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그의) 해부학 지식은 오늘날의 의사들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시각 메커니즘에 지대한 관심을 지녀 망막을 세밀하게 절단하는 분석까지 했다.”

스페인의 17세기 바로크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유일한 누드화 ‘로커비 비너스’.

스페인의 17세기 바로크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유일한 누드화 ‘로커비 비너스’.

화가 본인의 의도를 은밀히 드러내려는 시도는 르네상스 이후로도 이어진다. 스페인의 17세기 바로크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남긴 유일한 누드화 ‘로커비 비너스’도 그와 같은 사례다.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운 나신의 비너스를 아들 큐피트가 거울로 비추는 모습을 담은 그림엔 한 가지 트릭이 있다. 작품 속 비너스가 정말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비추고 있다면, 작품 구도상 그녀의 얼굴이 관람자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연출될 수 없다. 일부러 거울에 비친 상의 초점을 왜곡한 이유는 한 가지다. 관람자가 비너스의 얼굴 속에서 다른 이의 존재를 떠올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초점이 맞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모호한 비너스 얼굴에 우리가 보고 싶은 사람을 겹쳐 볼 수 있다.”

책은 신경생물학, 심리학 등 과학과 미술 기법 외에도 화가 개인사가 녹아있는 명화들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별(The Star)’이라는 작품으로 무희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겪는 인권 침해를 외면하지 않았던 에드가르 드가, 급격한 감정기복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귀를 자른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사례가 책에 녹아 있다.

시대와 타협하거나 불화했던 미술가들이 작품 속에 남겨둔 상징과 묘사를 따라가다보면, ‘작품은 작품 그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향한 저자의 일갈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더 나은 해석을 할 수 있는데 어째서 마다해야 하는가?” 원제는 ‘Every Picture Hides a Story’.

사진설명

윌리엄 케인·안나 가브리엘르 지음, 서경의 옮김, 더퀘스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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