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얼마나 장애인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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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신부는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증가하는 반면, 가톨릭 내 장애인 신자는 냉담자와 개종자가 많아 수가 점점 줄고 있다”라며 “청소년, 노인, 이주민 사목 등에 비해 장애인 사목은 교회 내에서 제대로 자리도 못 잡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신부 제공

김재섭 신부는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증가하는 반면, 가톨릭 내 장애인 신자는 냉담자와 개종자가 많아 수가 점점 줄고 있다”라며 “청소년, 노인, 이주민 사목 등에 비해 장애인 사목은 교회 내에서 제대로 자리도 못 잡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신부 제공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라고 말은 많이 하는데, 정작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는 많지 않아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한국가톨릭장애인사도직협의회’의 김재섭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는 15일 인터뷰에서 “가톨릭 안에서는 신앙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 다른 종교로 개종하거나 냉담자로 남는 장애인 신자들이 적지 않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1993년 사제품을 받은 김 신부는 30년 넘게 장애인과 중증 장애 어르신을 위한 사목활동을 해오고 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가 많지 않다는게 무슨 뜻입니까.

“세례, 고해 등 성사(聖事) 생활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신자의 권리이자 의무에요. 하지만 시설과 제도적 미비로 사실상 성사 생활 참여를 거부당하는 장애인이 많습니다. 특히 성당은 오래된 곳이 많아 아무래도 장애인들에게는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지요. 시각장애인 신자를 위한 점자 서적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정보 제공, 농인(聾人) 신자를 위한 수어 통역도 부족하고요.”

지난해 필리핀 롤롬보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서 함께 간 장애인과 미사를 드리고 있는 김재섭 신부. 마닐라 인근 롤롬보이는 마카오에서 유학하던 김대건 신부가 민란을 피해 6개월간 머문 곳이다. 김 신부는 “청소년, 노인, 이주민 사목 등에 비해 장애인 사목은 교회 내에서 제대로 자리도 못 잡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신부 제공

지난해 필리핀 롤롬보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서 함께 간 장애인과 미사를 드리고 있는 김재섭 신부. 마닐라 인근 롤롬보이는 마카오에서 유학하던 김대건 신부가 민란을 피해 6개월간 머문 곳이다. 김 신부는 “청소년, 노인, 이주민 사목 등에 비해 장애인 사목은 교회 내에서 제대로 자리도 못 잡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신부 제공
―일반 수어 통역으로는 한계가 있다고요.

“사회에서도 분야별로 전문 통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종교도 그렇습니다. 영적인 신앙 이야기다보니 일반 수어 통역으로는 한계가 있지요. 특히 고해성사는 통역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교구마다 수어 미사를 할 수 있는 성당을 지정하고, 또 수어로 대화가 가능한 사제를 많이 길러내야 하는데…, 솔직히 관심이 덜 합니다.”

―이유가 뭔가요.“발달장애인 신자가 미사 중에 시끄럽게 했다고 나가라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장애인 신자들은 여건상 따로 미사를 해야 하는데, 요청해도 거절당하기 일쑤지요. 일반 미사도 많아서 힘드니까…. 따로 미사를 해주는 신부도 있지만, 인사이동으로 바뀌면 다시 원점이죠. 지금 천주교 내 장애인 신자들의 모임은 대부분 교회에서 조직해 만들어준 게 아니에요. 신자들과 그 부모들이 자체적으로 노력해서 만들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지탱해 온거죠.”

―교회가 찾아오는 신자만 봐서는 안된다고도 했습니다만….

“장애인은 아무래도 이동이 어렵지 않습니까. 물론 그동안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장애인 신자의 90% 이상이 집에 머무는 게 현실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접근성도 떨어지고, 신앙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으니까요. 개신교에 비해 가톨릭교회가 더 적극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장애인을 복지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요.

“많은 분이 장애인을 불쌍한 사람,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으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단순한 복지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회의 동등한 주인공이에요. 요즘은 선천적 장애인보다 후천적 장애인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사고로 인한 장애뿐만 아니라 나이 듦으로 인한 여러 가지 신체적·정신적 장애도 갖게 됩니다. 나도 언제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대했으면 하지요. 단순히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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