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도 업무출장이라며 경비 지원해달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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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도 업무출장이라며 경비 지원해달라는데…

몇 년 전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단체협약이 체결된 이래, 교섭문화가 비교적 잘 안착된 사업장에서 연락이 왔다. 문의 내용인즉슨 각 지역에 교섭위원이 근무하는 관계로 교섭 때마다 본사로 오는데, 유류비 등에서 업무출장과 동일하게 처리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를 경비처리 해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스럽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에 대해서는 사회적 시선에서부터 기업의 인식까지, 이제는 그 당위적인 존재감과 더불어 상생적 공존을 함께하는 파트너로서의 인식은 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노동조합 역시 교섭을 회사 업무와의 관련성으로 인식해 노동조합의 활동에 있어 회사의 규정을 적용해 경비 등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노무 담당자는 세심한 노사관계를 설정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법적으로 규명해 보면,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활동은 자주적, 민주적으로 행해져야 함이 원칙이다. 또한 대법원은 “노동조합 조합원의 근무시간 중의 노조활동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와 배치되는 것이므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에 있어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2. 23. 선고 94누9177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반면,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정의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따라서 노동조합의 활동은 법률의 취지와 관련 해석에 비추어 근로조건이나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이를 전제로 출장비 혹은 숙박비, 일비 등의 경비를 지원해 달라는 것에는 그 지원의 성격에 있어 사용자로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조법상으로도 노동조합의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용자로부터의 경비원조를 부당노동행위로까지 규제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의 의문과 염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이에 실무적으로는 출장비나 교통비를 넘어 차량지원, 법인카드 제공 등의 사례로 확대되기도 하면서, 노사갈등 혹은 법적 감사 이슈 등의 국면에서는 오히려 노노관계는 물론 노사관계까지 악화시키는 불쏘시개 역할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인사담당자로서는 노동조합의 관련한 요청에 대해 무엇보다 노동조합 활동의 법적 성질과 기준을 명확히 하여 노동조합 조합비를 통한 자주적 재정운영을 상기시키며 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간혹 "법적으로 안되니 못해줍니다"식의 대응은 법률을 이유로 하였다고 하나 노사관계와 인간관계 모두를 저버릴 수 있어, 정확한 법적 의미와 대안으로 설득해 가야 하는 점도 중요하다.

혹여, 그럼에도 노동조합의 일정한 활동이 회사와의 관계에서 분명히 필요한 점이 있는 경우(예컨대, 인사위원회에 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석해야 하는 경우 등)에는 해당 활동과 시간이 근무시간에 준한 것임을 명확히 하여 내부 경비처리 규정에서부터 이를 반영해 둠으로써 비용지출 혹은 지원에 법률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노동조합으로서도 "비용처리 해주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라거나 "다른 회사는 해주는데 왜 못해주냐"식의 접근보다 근무시간 또는 회사 업무와의 관련성을 분명히 해 내부 구성원들 업무와의 비교, 관련성을 가지고 회사가 검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사용자로부터 눈치 안보고 당당할 수 있는 조합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조합비의 활용 기준 또한 명확히 정비하는 것도 중요한 선결과제일 수 있다.

인사담당자는 노동조합 위원장이 “나도 회사를 위해 일하는건대, 얼마나 된다고 그걸 못해주냐”라고 할 때마다 난감해 하고, 노동조합은 “이럴 때만 인사담당자는 꼭 법을 찾는다”며 서운해 하는 지점이 바로 노사관계의 경비지원 영역이다. 그렇다고 인사담당자는 부당노동행위, 내부 감사 등의 리스크를 질 수 없고, 노동조합 역시 회사를 위해 일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노사를 서로 인정해 가는 시대, 법적 기준을 이해하고 모두에게 맞는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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